천용길 / 기자


밀양아리랑

해방글터 0 753

 

 

날 좀 보소

한 평생 일군 논밭 위로

싸돌아 댕기는 헬기 보느라

여문 곡식 바지런히 거둬들일 들판으로

자리를 꿰찬 시커먼 경찰 보느라

꽁꽁 얼어붙은 이 노인네 얼굴을

지발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곱게 분칠하고 수줍게 시집왔던

바드리 마을 부산댁 얼굴에 굽이굽이 그려진

주름살을

동화전 마을 양산댁 손등에 피어난

흙빛 주름꽃을

미우나 고우나 내 자식새끼 길러준

밀양 땅에 살다 가고 싶었구마

인자 저 철탑 들어서면

고마 살란다 아니 안 살란다

지발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이치우 할배 가던 날

유한숙 할배 가던 날

다리에 힘이 풀렸구마

눈물 훔치고 앉아있자니

헬기 날아다닐까 철탑 실어나를까

졸이는 마음에

분향소로 달려갔구마

근디

정든 임이 가시는데 인사도 못해

할배 할매

얼굴 좀 보소

 

날 좀 보소

곡식 지어내고

자식 농사 지으면서

욕보이지 않게 살았구마

아침 일찍 일어나 새 아침을 맞자는

새마을 운동도 해봤구마

농협에서 빌려다 쓴

영농자금도 꼬박꼬박 갑았구마

나랏님 녹 먹는

경찰, 면사무소, 한전

우리는 다 믿었구마

인자 안 믿어

철탑에 목맨 조무래기들

곡식 알차게 여문

밀양 들판 좀 보소

 

우리는 철탑 물러날 때까지 아리랑 고개 넘을란다

밀양 촌놈 서울 촌놈 같이 넘자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6 명
  • 오늘 방문자 84 명
  • 어제 방문자 310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1,692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