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영미 아줌씨 설날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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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14:00
소리도 많고 탈도 많은 길 가상에
설 대목이라고 수북히 쌓인 동태 전을 뜨는.
영미 아줌씨가
대가리하고 발라 버린 허연 뼈를
묵은지에 바글 바글 끓인다
소주 몇 병이돌고돌아
풀어진 하루
장사도 반토막이고
왠지 체 한것 같이 다가오는 설날
마흔이 다된 아들
장개도 못가
수년을 강냉이,생선팔아
수천만원 들여
겨우 살림 차려주었는데
월남에서 시집온 애기같은 매누리는
친정 빚좀 갚아 줘야 흔다고
돈 좀 주라고
밥도 안묵고. 돌아누워
말도 안흐고
설 대목, 집에 찬바람만 쌩하다
아글 아글 끓은 동태 대가리에
모여든 숟가락 몇개
달그락 거리며
또,가쁜 설날이
영미 아줄씨 찌그런진 냄비속에
동태 눈알처럼 멀겋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