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황소가 일도 안하고
호강 하던 겨울밤
처마 밑
들릴듯 말듯
가쁜 숨소리들
갑시다
인민 곁으로
워매 이 무신 소리다냐
니가 그랑께 입산 흔다구야
바람 처럼 다리건너
가는 작은 아부지 발자국에
엄니 죄송해요 하는
하얀눈발이 쏟아져내리고
빨갱이 어미 이라고
막걸리 한잔도 함께 하지못하고
도야지 구정물도 얻어 맥이지 못하고
눈 만 오면
눈 만 나리면
다리 건너 올
세상 기디리며 살아도
내 자식 세상은 오질않고
하릴 업시 왜 그리 허연 눈은
내리는가
할무니 무덤가에
작은 아부지
생사도 모르는 눈이 내린다
허연 소복이
싸륵 싸륵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