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1952년생 / 농부

 

​눈 오는날

해방글터 0 822

 

 

황소가 일도 안하고

호강 하던 겨울밤

처마 밑

들릴듯 말듯

가쁜 숨소리들

갑시다

인민 곁으로

워매 이 무신 소리다냐

니가 그랑께 입산 흔다구야

바람 처럼 다리건너

가는 작은 아부지 발자국에

엄니 죄송해요 하는

하얀눈발이 쏟아져내리고

 

빨갱이 어미 이라고

막걸리 한잔도 함께 하지못하고

도야지 구정물도 얻어 맥이지 못하고

눈 만 오면

눈 만 나리면

다리 건너 올 

세상 기디리며 살아도

내 자식 세상은 오질않고

하릴 업시 왜 그리 허연 눈은

내리는가

 

할무니 무덤가에

작은 아부지

생사도 모르는 눈이 내린다

허연 소복이

싸륵 싸륵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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