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보리 타작에
발동기가 분분 하던 날
하놀에는 먹구름이 끔끔하고
보리밥에 상추 한소쿠리
함지박에 이고 가는 신작로 가
백일홍이 환하게 웃는다
이글 이글 거리는 여름날
상추는 잘크지는 않지만
저리 나란히 들밥이 되고
보리밥에 상추쌈 볼딱지 터지게 맥여도
보리밥은 힘이 없는 갑이여
내 새끼들은 누렇게
기운도 없슨께
고나저나 달뱅이논
보리가실이 작년 반타작이고
금방이라도 쏘내기 한줄금 허것고
오마력 발동기도 핵핵되고
해는 질라하구
고놈에 상추 쌈이 왜 입에 그리 고이는 것이여
날 보리 몇가마에
상추밭 푸르니께
올여름 또 살아 봐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