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신작로 버드나무 푸르고
산 꿩이 푸더덕 날고
낡은 자전거타고 제복에
모자까지 의관 갖춘
우체국 배달꾼은 쌩하게
봄 소식 실고 달린다
군대 간 아들
객지 나간 작은아들
야반 도주한
가르치지도 못한 딸
그래도 지어미 생각에
삐틀 바틀한 글에
주소도 잘 알수 없지만
동네 당산나무 아래 가보면
다 아는 것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심들은 우체부 손 안에있고
행여나 하는 바램은
당산 나무 끝에
휘 날리고있다
까막눈이라 좀 읽어 달라는데
촌에 살기 싫다고 집나간 딸년 소식에 웃지도 울지도못하고
뻐국이 울음이 대신한다
돌아오는 길
뼈 뿐인 자전거는
툴툴 거리기만 하고
논 뚝에 개구리는 왜저리
청승맞게 게굴 거리는지
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모정이
신작로가 지심에
먼지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