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내 친구
승환이 아부지는 일제순사
승호 아부지는 반란군
동호 아부지는 한의사
내 아부지는 소작인
우리들은 산천을 뛰 다니면서
보리밭 처럼 푸르게 자랐지만
일제 앞잡이라고 품팔이도 써주지 않았고
달리기 전교 일등을 해도
반란군 아들이라고
고개도 들지 못하고 땅만 보고 달렸고
한의사 아들이라고
대문도 대궐 같았지만
그 아들은 깡패가 되고
농부인 울 아부지 아덜은
아직도 소작인으로 살고
동산에 묘지들은
오늘도
갈 , 샛바람은 맞이 하면서
바가지 같은 헛 웃음으로
발 아래 세상 굽어보고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