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제석산에 오르면
맑은날 대마도가 보이고
무등산이 어매 가슴처럼 다가오고
능선이 희미한 지리산은
아부지 등골처럼 휘어져 있다
땅은 지주들의 배때기 채워 주는
땅이 아니고
커가는 아이들 주린배을 채워 주는 것이라고
지주들의 배때기에 깃발을 꽂고
나부끼던 깃발들
제석산에는
굶고 얼어터져 죽어 가면서도
지주들의 정미소와
양조장 불빛을 바라보며
다 떨어진 고무신을 깁고
초승달을 기다리며
혁명을 꿈꾸던. 산자락
반란군 소굴이라고
제석산에 산불을 놓아
산천을 태워 버리고
노루사냥으로 몰아가는 밤
발 아래 동네
어마니는 빨래줄에
중의 적삼을 걸어놓고
제석산 신령님께. 쌀같은 아들 지켜달라고
빌고 또빌고
남해 바다
아침은 넘실 솟아나고
타버린 제석산 동굴 속에는
몽댕이 숟가락과 썩은 반합통에는
검은 쌀들이
묵구멍에 가시가 되어
벌교는 아직도 콜록 거리고있다
* 제석산 ~벌교에서 제일 높으산. 여순반란때 반란군 집결지 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