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1952년생 / 농부

 

양푼 밥상

김영철 0 1,048
 

 

 

 

허기진 사람들이 모여

양푼에 밥을 비빕니다

투박한 손맛으로

늘 상 마주 하는 밥상 이지만

양푼 비빔밥은

살며 가꾸는 생명들입니다

비오는 들판에서

길가 모퉁이에서

계단 아래에서

다리 밑에서

천막 구석에서

고공의 하늘아래

먹어왔던 양푼 밥을 먹습니다

 

꾸역 꾸역 세월을 먹어 가면서

내 밥상을 뒤 돌아봅니다

밥 한번 함께 먹고 싶었던 못 다한 세월

시간의 공간을 양푼에 비벼 됩니다

수직이 아닌 수평의 밥상에는

고단하던, 수고스러운

반찬으로 입맛을 돋습니다

 

모인 밥상

밥상을 반겨 안아주는 눈 길들

여느 해 겨울 양푼 밥상에는

미안함이 고봉으로 가득 했습니다

 

 

- 2011년 해방글터 정모에 부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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