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허기진 사람들이 모여
양푼에 밥을 비빕니다
투박한 손맛으로
늘 상 마주 하는 밥상 이지만
양푼 비빔밥은
살며 가꾸는 생명들입니다
비오는 들판에서
길가 모퉁이에서
계단 아래에서
다리 밑에서
천막 구석에서
고공의 하늘아래
먹어왔던 양푼 밥을 먹습니다
꾸역 꾸역 세월을 먹어 가면서
내 밥상을 뒤 돌아봅니다
밥 한번 함께 먹고 싶었던 못 다한 세월
시간의 공간을 양푼에 비벼 됩니다
수직이 아닌 수평의 밥상에는
고단하던, 수고스러운
반찬으로 입맛을 돋습니다
모인 밥상
밥상을 반겨 안아주는 눈 길들
여느 해 겨울 양푼 밥상에는
미안함이 고봉으로 가득 했습니다
- 2011년 해방글터 정모에 부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