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1952년생 / 농부

 

겨울 나무들

김영철 0 869

 

 

(재능투쟁 1700일에 부쳐)

 

 

겨울나무 옷을 보아라

휘황한 수도 서울 시청 모퉁이

재능 나무 한그루 보아라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비닐 천막에서

발가벗겨 산지가 몇 해이던가

 

이 가을이 가고 또 겨울이 오 것만

걸칠 옷이 없는 재능 나무들은

오덜오덜 떨면서도

언 손을 꼭 잡고 세상을 따듯하게 덥혀줄

옷 한 벌 깁는다

 

아이들은 엄마를 찾고

날아오는 공과금에 학원비

카드로 돌려막기 하면서

불어 터진 라면발 같은 세상에 맞서보지만

세상은 아직 차거운 얼음덩이 뿐이다

 

세상은 유별하다

살 맛 나는 세상

꿈이 이루워지는 세상

사람이 희망인 세상이라고

온갖 기만과 야만의 새 옷들은

낡은 옷 들의 삶을

유린 강탈 해가고 있다

 

협상하고

논쟁하고

동침하는 시간에도

재능 나무는 발가벗고 겨울에 맞 선다

비정규직 그만

정리해고 그만

그 만 그만 그만에 목숨을 걸고 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찬 서리도 내리고

하얀 눈은 발가벗은 재능에도 내릴 것이다

재능 나무들은 얼어 터져야 새싹 틔우는

상수리나무가 되자고

헌 옷 깔고 눕는다

이 차거운 아스팔트 도로위에

또 이 겨울을 묻는다

 

2012 11 10일 해방글터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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