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재능투쟁 1700일에 부쳐)
겨울나무 옷을 보아라
휘황한 수도 서울 시청 모퉁이
재능 나무 한그루 보아라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비닐 천막에서
발가벗겨 산지가 몇 해이던가
이 가을이 가고 또 겨울이 오 것만
걸칠 옷이 없는 재능 나무들은
오덜오덜 떨면서도
언 손을 꼭 잡고 세상을 따듯하게 덥혀줄
옷 한 벌 깁는다
아이들은 엄마를 찾고
날아오는 공과금에 학원비
카드로 돌려막기 하면서
불어 터진 라면발 같은 세상에 맞서보지만
세상은 아직 차거운 얼음덩이 뿐이다
세상은 유별하다
살 맛 나는 세상
꿈이 이루워지는 세상
사람이 희망인 세상이라고
온갖 기만과 야만의 새 옷들은
낡은 옷 들의 삶을
유린 강탈 해가고 있다
협상하고
논쟁하고
동침하는 시간에도
재능 나무는 발가벗고 겨울에 맞 선다
비정규직 그만
정리해고 그만
그 만 그만 그만에 목숨을 걸고 있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찬 서리도 내리고
하얀 눈은 발가벗은 재능에도 내릴 것이다
재능 나무들은 얼어 터져야 새싹 틔우는
상수리나무가 되자고
헌 옷 깔고 눕는다
이 차거운 아스팔트 도로위에
또 이 겨울을 묻는다
2012 11 10일 해방글터 김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