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어머니
불러만 보아도
가슴이 하애집니다
가실적에 문 만 바라보시며
누굴 그리 기다리셨습니까
일제 징용에 끌려간 아부지
돈 벌러 집나간 아들
가발 공장에 다니며 시집도 못간 딸을
그리 기다리셨습니까
봄이면 꽃놀이 가셔도
언제나 눈물로 끝나고
여름날 콩밭 매던 신작로에는
교복 입은 학생들에 내 자식은 안보이고
찬물 한 사발에 허기 채우셨지요
가을이 오면 험한 세상 소작인이라
이리 저리 빼앗기면서도
싸래기 한줌 얻기 위해
바람에 나부끼던 세월
어머니 가을 이었습니다
까마귀 날고 보리가 포롯하던 겨울
작아진 내복에
빵구난 양말 깁어 신겨주시며
싸우지 말고
골목길 다니지 말고
사내는 언제나 큰길로 다녀야 한다고
살아갈 길 도 가르쳐 주셨습니다
오늘같이 하얀 눈이 나리는 날
희미한 어머니 발자국을 바라보면서
아직도 찾지못한 그 길.
폭폭 빠지는 눈발에 길을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