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정월이 오면 엄니는 맴만 부산하다
돈벌러 집나간 아덜 딸년 걱정에
낡은 무명 이불속 꿈자리도 시끌하다
지 좋다고 재넘어 시집간 큰 딸
산달이 은제인가 기별도 없고
안방을 차지한 고구마는 썩어 단내가 풀풀하고
건너 부잣집 명주 치마 저고리 다듬이질 소리가
담을 넘어 미끄러 지고있다
행여 썩을 년놈들이
보따리나 큰놈 싸들고 올까봐
요곳저것도 하고 싶지만
소식도 없고
그래도 정월이 오는디
시숙이 그리 좋아하는 동동주 라도 한말 앉혀야 하는디
곳간도 썰렁하고
맴도 몸빼 바지처럼 헐겁다
늙어 다자빠진 팽나무 가지위
달은 희멀구리 허고
까마구 설들이 요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