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1952년생 / 농부

 

오리나무

김영철 0 1,020

 

 

파고 또 파도 징한 돌맹이와 붉은 황토뿐이었다.

곡괭이 날은 칼날처럼 빛났고

찍고 또 내려찍어 손으로 땀으로만

아부지는 밭을 일구워 냈다.

거름기가 없는 무지렁이 땅에는 바랭이 독새풀만 무성하고

거름진 땅을 만들기 위해 사낙골 고개마루 지고 오르던 똥지게

날 망 비바람도 이슬이 되어 아부지 꿈이 휘날리든 곳

 

호박이 넝쿨을 치고 콩밭이 푸르게 어우러지던 밭에

완장 찬 사람들이 불법 개간이라며

사방사업으로 오리나무가 심어지는 날

포롯한 새싹들이 다 짓뭉겨 졌고

아부지는 다린 후들 거렸고 막걸리 잔이 밭에 뿌려지며

그날도 오늘처럼 가랑비가 내렸다

 

아부지 피와 땀으로 만든 밭에는

오늘, 동그란 가족묘가 자릴 잡고 있다

입석에다 상석, 둘러 쳐진 견치석 묘지에는

어디에도 땀 한방울 없다

내가 부친 땅에서도 발 뻗지 못하고

사낙골 날망 꼭대기 아부지 무덤에는

오늘도 그 굵은 팔뚝에는

세상을 갈아 업는 곡괭이를 부여잡고 있다

(사낙골-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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