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입춘이 지나 이맘때쯤이면 어머니께서는 입이 짧은 아들을 위해 붕어찜을 만들어, 냄비 통째로 고속버스 기사에게 보내주어 동네이웃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가 만드신 붕어찜에는 희한하게도 붕어는 형체도 없고 김치 조림뿐이었지만 그 맛은 붕어 특유의 단백함 과 잘 익은 묵은 김치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입 안 착 달라붙는 맛이 봄 새색시처럼 연하면서도 부드럽고 깊다. 겨우내 얼음 아래 살던 붕어는 내장도 깨끗하고 살도 단단하며 특유의 비린내도 많이 감소 되어있다, 어머니는 작은 붕어만 선별하여 묵은 김치에다 쇠고기 조금 으께 넣고 별 양념도 없이 양은냄비에다 연탄불 위에서 한나절은 끓이고 끓여 마지막에는 두꺼비 철판위에서 조리고 또 졸여 만드셨다. 그러니까 한나절은 붕어찜 곁을 지킨 것이다 .객지생활 하는 자식위해 오로지 당신 수고로 봄맛을 챙겨주시던 어머니 봄은 오고 있는데, 어머니 찾아 뵌 지가 얼마만인가 왜 세상맛은 이리 늦게 찾아오는 것일까 맛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지난 날 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