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1952년생 / 농부

 

배 꽃

김영철 0 879
그 날
배꽃이 눈 부셨다
할부지는 안방에 누워
방문 열라고 하시고

저놈에 배나무에. 배가열릴때 까진
살어야 하는디
얼마나 실하고 달드냐
고롱 고롱 하면서도
수염에 배꽃이 피어있었다

말 구루마 끌면서
읍네 번짝이든 말굽소리에
아이들은 말 꼬리가 되고
채칙은 허공에 날리며
이랴! 했던 날 들

지붕위 허연 중의적삼 부고가
 날리든 날
헛간에는
말총 채칙이 주인을 잃고
움켜진 두주먹이 펴지든 날

그 날도 배 꽃은 화사 했고
하늘위 두둥실 피고 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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