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1952년생 / 농부

 

월간 (시대) 7월호 원고

김영철 0 984
월간 <시대> 7월호, 시 원고


● 김영철

1952년, 전남 벌교 출생.
시집으로 <길에서 부르는 노래>가 있다.
‘해방글터’ 동인이며, 오랫동안 노점상을 했다.
 

어머니의 편지·1

글 한자도 모다 빚이다

찬물 한 사발, 말 한 마디, 글 한 자
모다 빚이다
천리가 하루고 하루가 천금이다
글 서끄는 일이 몸 서끄는 일보다 중하다
(글 섞는 일은 몸 섞는 일보다 중하다)

정한수 떠놓고 비셨지요
군대살이 간 우리 작은 아들
죽었는가 살았는가 통 소식이 없는데
제발 소식 한 장 받게 해주소
빌고 또 비니 신령님이 써 주셨다지요
 
매여 있는 몸은 자유가 없지
갖힌 살이는 니 아부지도 왜정 징용살이 해봐 안다
하루가 천리 같이 멀었지만 천금으로 살았다더라
 
어머님 전상서로 시작되는
자식 글을 기다리며 글을 섞으셨지요
눈 뜨면 기다림이 또 천리
소식 좀 주라고
섞자 섞자 섞자고
글 한 자도 모두 빚이라고
이제서야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

 

어머니의 편지·2


한 번 가면 그만니다
 
현묵내야 너의 편지 소포 잘 바덧다
너무너무나 고맙다
너에 성히(성의)가 너무나 영니(영리) 하여
나의 마음을 맞처 주어 무어라고 말을 해야
나마음 가치 고마우까
너의집 형편 걱정만 하다가 뜻박게 생각
없든 귀염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린구나
그래 너 아버님 산소에 갔다 왔다
그래 구신도 우리자식들 재수나 적겨주라고 해지만
한 번 죽그면 그만이지
사라서 갓트면 어대라도 가서 꾸어다 줄거시다만은
소양 업지
구진것슨(속상한 일은) 다 어대로 가고
죽고보니 불쌍하기 짝이 없고
배 고파 가는거시 한이 없고나,

한 번 가면 그만니다
왜 그랬능가 몰러
내가 가문 니 아부지 으찌께 볼거냐
니 아부지가 살짜기 손 잡고
나 한테 고상만 했다고 했는디
죽을랑께 뻘소릴 다 흔다고
방문 열고 나와 부럿는디
내가 왜 그래능가 몰러
손이나 한 번 잡아 줄 것인디
내가 참말로 바부 천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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