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1952년생 / 농부

 

어마니

김영철 6 1,991
어마니

76년 만기 전역을 했습니다 34개월 15일 날마다 탈영의 희망이 있어 살았습니다 전역 특명을 한달전 받았지만 꿈속의 일만 같았고 짐을 챙기면서 후배들이 만들어준 추억록도 사진도 몽땅 똥통에 던져 버리고 개구리복 한벌 챙겨입고 제대신고도 안하고 돌담 울타리 넘어 마지막 탈영을 감행 했습니다 고향집에 돌아와 골방에누워 삼일동안 잠만 잤습니다 문고리을 잠가두고 어쩌다 싸러 갔다오면 방안에는 은하수 한갑이 놓여있고 재떨이가 비워있었습니다 방 문도 못열고 아야 밥만묵고자거라  알았어요놓고가세요  아야국다시데워왔다  알았어요묵을게요; 아야밥만묵고자거라 밥만묵고자거라 밥이목심이다 아직까지 염불처럼 들려오는 어마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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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앞부분은 탈영이 소재입니다. 탈영의 희망으로 긴긴 군생활을 이겨냈습니다. 지겨웠건 무서웠건 간에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 현실을 이겨냈습니다. 결국 마지막 탈영에서 탈영에 성공하는 장면이 독자로 하여금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마지막 탈영은 탈영이라기보다 제대신고만 하지 않은 제대였지만, 돌담 울타리 너머 탈영의 형식을 빌고 있음으로 의지한 바와 같이 탈영에 성공한 것입니다. 그 자유로움이 공감되어 읽다가 멈칫하게 되지 않습니다. 같이 신납니다.

뒷부분은 고대하던 탈영의 뒷이야기로 밥과 어머니가 소재입니다.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주인공에게 밥이라는 목숨이 다가옵니다. 그 목숨을 주는 이는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염불하듯 밥만 묵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염불과 같은 어머니 당부의 그 리듬감이 기가 막힙니다.

자유의 첫 얼굴은 삼일간의 잠입니다. 억압하는 세상으로부터 문고리를 잠그고 내 맘대로 잠만 자는 자유가 달콤합니다. 그러나 싸고 먹어야 하는게 인간의 숙명인지라, 잠만 자는 자유를 천년만년 누릴 수 없습니다. 어머니는 그걸 아십니다. 은하수를 두고 재떨이를 비우고 밥이라는 인생의 화두를 건네십니다. 마음껏 잠자는 자유를 위하여 굶어 죽을 수 없다면, 밥을 먹어야 합니다. 국도 먹어야 합니다. 그것이 목숨을 이어가는 힘이고, 탈영의 꿈도 밥이 있어 희망할 수 있었습니다.

그 목숨을 어머니께서 주고 계십니다. 방 문도 못열고 밖에서 두드리는 어머니는 네 목숨 네가 스스로 열어나가야 한다는 뜻 입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어머니의 말씀이 염불처럼 들리는 것은 그 말씀이 목숨이며 자유의 삶을 일궈가는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전반부에 재미와 이야기를 후반부에 반복으로 인한 시적 리듬감을 살리면서 쉽게 읽어도 알 수 있고 다시 읽어도 새롭습니다. 후반부에 아들과 어머니의 대화에 띄어쓰기가 없는 것도 마치 염불인양, 한 덩어리의 문장이 한덩어리의 밥인양 읽힙니다. 그렇다고 띄어쓰기가 없어서 이해가 안되는 문장도 아닙니다. 살아온 내공이 어머니의 밥을 만나면서 고스란히 표현되었습니다. 최고입니다.
김영철
다 뉘덕이네 꼭지 꼭지 끄적인글 삽입하며 긴글을 찾아갈것이네 잠심 삼일이 될 지언정 아직은 한번 잡으면 쉽게 놓아버리는 습성은 아니니 새길 헤쳐 가볼것이네 모르면 물으면서
박상화
김영철
보통 고향말은 엄니엄니 하는데 내가 어마니 어마니라고 불러본적이 딱 한번 있었다 엄니 엄니 하고 상여뒤 따라가며 흉내 내어 곡하다 아느순간 부터는 악을쓰며 아마니 아마니 하고 우는것이 아니라 울부짓고 있었다  내가 북사람도 아닌데 나도모르게  그후론 난 가끔 어마니을 찾곤한다
박상화
그 절규가 절창을 낳았군요. 어머니의 어원이 어마니의 변형이라고 하더니, 어머니보다 어마니가 더 근원에 닿은 소리일지 모르겠습니다.
신경현
아..어마니...오늘 아침, 이 시 한편으로 맘이 울컥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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