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가을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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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1 08:06
가을
국화가 피고
허연 무서리 나리면
술 한잔 나누며
만나자는 세월이
갈잎 낙엽에 흩 날린다
가지끝에 매달린
홍시 감하나
그 곳에도
붉은 가을은 오시는가
무에그리 바쁜지 갈수룩 시간은 쪼그라 들고 보고시픈 친고들은 많고 투쟁속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 손한번 잡아주지 못하고 여름은 갔다
또 이가을 얼마나 몸살을 할꺼나
(가지끝에 매달린 홍시 감하나 ) 는
김남주 조선에 마음에서 차용
대추가 익어가고
배추가 속 차면
술 한잔 나누자는 세월이
갈잎 낙엽에 흩 날린다
물들어 오는
감나무 이파리 사연
그 곳에도
붉은 가을은 오시는가
가랑찬 햇볕에
말라가는 토란대
기다리지 말고
가벼워, 더 가벼워 지란다
* 굳이 점수를 주라면 저는 먼저 쓰신 이 <가을>에 낙점을 찍습니다. 가랑찬도 좋고, ("고랑에 찬"으로 쓰셔도 아주 좋을 것 같고요), 김남주 시인의 시에서 인용하는 구절보다, 그리움의 편지글을 은유하는 "물들어 오는 / 감나무 이파리 사연"이 더 좋습니다. 본문의 가을은 좀 더 비장하고, 제가 복사해 붙인 가을은 좀 더 따듯합니다. 그런데, 비장한 가을은 절반이 타 시인의 문장에서 얻어온 감수성이고, 따듯한 가을은 본인의 진정성이 담뿍 담긴 감수성입니다. 이런 경우는, 깎고 다듬은 것이 처음의 감수성만 못하게 된 경우인 듯 합니다. 아시겟지만, 종종 그런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는 무조건 깎고 다듬는 것이 능사가 되진 못합니다. 두어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뜻하는 바는 비장한 쪽이나, 따뜻한 쪽에 마음이 더 가실 겁니다. 마음이 계획하는 일과 마음이 가는대로 그리는 일이 이렇게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겟으나, 비장한 느낌의 이 시도 홀로 있으면 좋은데, 따뜻한 느낌의 전작과 비교를 하면, 제 느낌은 그렇다는 것입니다.
홍시는 너무 인위적이구
토란대가 촌스런 내글이네
이규동시인 가을보고 댓글로 썻는데
수정하다 보니 분칠만 덧 한듯 하고만
다시 수정해 보것네
"아야 거 독발골 창수네 밭가랑에 소 꼴이 좋더라 얼른 한짐베어 오그라"
이렇게 우리고향 말인데 아마 아무도 그뜻을 모를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