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1952년생 / 농부

 

겨우살이

김영철 0 779
눈이 나린다 
첫 순정. 첫눈이 창가에 소복하고 
하루 품을 접은 늙은 아바지들은 
먹다 남은 쐬주병을 훔치며 
누굴 만날수도 없는 빈 호주머니을 
창가에서 주물럭 거리고만 있다 

가로수 나무도 예술이고 
빌딩도 이쁘고 
고장도 없는 버스들은 
눈길에도 질주 하고 
막힘이 없는 세상에 
첫눈이라고 아이들은 깔깔 거리고 

밭에 올라 보니 
수북한 눈이불 아래 
각오한 겨우살이들이 
우린 항시 이리 살았어요 
죽고 사는것 세상 이치래요 
겨울폼에 안겨 살게요 
걱정 마세요 , 한다 

하얀 눈속에 
텁텁한 막걸리 한잔 
오장이 씨원하면서도 
쓰린 속은 뭔 속내 이던가? 
감추려고. 보여주지 않으려는 
내 속살을 
겨우살이 생명들이 
포근히 감싸 안아 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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