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보릿 고개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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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9 09:49
아스라히 날리는 꽃잎에
엄니 앞치마는 섧다
오뉴월 보릿고개 라
개떡에 쑥범벅에
시금치 죽까지
앞치마에 주렁주렁
새끼들이 매달려 있다
큰놈은 양푼밥을 먹고
작은놈은 삥아리 물먹듯 묵고
죽순같이 자란 큰놈보다
매물어 자빠진 둘째가
사람 노릇이나 할것 인지
그 밥그릇이 애닯다
돌담가
보리밭은 보릿고개도 모리고
저리도 살랑이는데
시누대 처럼 가늘한
엄니 오월은
보리쌀 한되박에
시집살이 보다 더 징하다는
그, 보릿고개를.
빈 앞치마에 주워 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