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보름달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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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6 14:47
쇠죽은 바글바글 끓고
사랑방 고랫장이 뜨근뜨근허다
퉤퉤 마른손에 엮어지는 새끼줄이
세월처럼 가지런하다
가실 걷이에
콩타작은 아직이지만
뭐 고것이 일이든가
고구마도 수북허고
두지 쌀도 가득이고
한동아리 새끼줄 꼬봐야
봉초 댐배값도 안나오고
낼은 까끔에 가서 장작이나 한짐배서
장에 나가봐야지
애핀네는
어디 마실 갔는감
고구마나 한 소쿠리 삶아 낼것이제
댐배 말이도 않되는
뭔 상을 오질나게 타오는 작은놈
저놈을 갈켜야 흘지. 말지
심바람도 잘흐고
일도 잘흐고
쟁기질까지 흘라고 하는디.
말 만한 큰 딸년도 여와야 하고
그나저나 저놈에 소새끼는
새끼 밸줄도 모리고 쳐먹기만 하니
삼동에 뭘 맥일까
까마구는 팽나무 가지 끝에 날고
자정 싸이렌에 백렬등이 꺼지고
우물 우물 찾아간 칫간에
보름달이 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