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버리는 봄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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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13:47
봄이 오니 버려야 할것이 많습니다
수년간 겨울 손님 마주하던
외투도 너무 낡았고.
한겨울 함께한 신발도 누더기가 되었습니다
버릴것은 버려야할 봄이라지만
함께 살아온 정리에 버리지 못하고
봄이 머뭇입니다
밭에는
벌써부터 쪽파가 얼어 부서진
몸속에서 파란 잎을 내밀고 있습니다
도와 줄것도 없고 망연 뿐이지만
계절은 늘 그렇게 옵니다
혹독한 겨울을 살아낸 가슴들에
그래도 봄은 오고
아무리 뒤적 거려 보아도
버릴것도 마뜩치 않는
우리 살림에
불쑥한 새싹들은
버리고,버리면서 다시 피어납니다
살다보니 버려야 할것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의 세월에
봄이 낡아 있습니다
버릴것은 버리자고,해도
버리질 못 하는 봄날 입니다
언제쯤 이묵음 비우고
더 가벼워 질수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