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1952년생 / 농부
엄니의 노래 (지심가)
김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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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4 21:04
엄니의 노래
(지심가)
가뭄 뒤 내린 비 로
밭에는 풀 세상이다
바랭이,쇠뜨기, 비름
땅속의 힘은 이길수가 없다
뽑아야만 하는 풀 들
뽑고 돌아서 보면
또, 풀들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엄니는 살아 생전
밭에서는 풀과 싸우고
집에서는 자식들과 싸웠다
뽑아도, 뽑아도 나는 풀 들
먹여도, 먹여도
먹일 것이 없는 내자식들
~밭에 가면 지심이 웬수고
집에 오면 새끼덜이 웬수라네
지심아 지심아 나지를 말거라
지심아 지심아 크지를 마러라
뱁새 같은 내 새끼들 얼릉 얼릉 크거라
자빠지고 넘어져도 얼릉 얼릉 크거라 -
오늘
나도 엄니처럼
고추밭 풀을 맨다
뙈약볕 아래
어디선가 들릴듯 말듯
지심가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지심~풀 얼릉얼릉~빨리빨리
시작노트
옛날 애기다, 모내기 철이 지나고나면 우리엄니들은 밭매기가 시작된다, 고추밭 명밭 콩밭 등등 혼자서는 할수가 없어 공동체적 폼앗이로 불볕 더위에 머리수건 한장 동여매고 호미자루로
그야말로 풀들과 전쟁을 치루었다
6,7월 뙈약볕아래 밭을 매면서 우리 엄니들은 보성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서로 다독이며 일을 했다, 앞 선창을 하면 뒷소리로 추임세를 넣고 돌아가며 부르다 보면 작사가 희곡도 되고 눈물도 되고 남도의 한이 서린 농요가 되었던 것이다
과거라 하지만 우린 모두 과거로 먹고 살고있고,어제가 없이 어찌 오늘이, 내일이 있을 것인가!
풀 매다 말고 밭두렁에서 사부작 사부작 엄니 노래소리를 반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