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짱을 끼고 어깨를 맛대고
우리는 강을 건너간다살아서는 건너 갈 수 없는 강그 강을 건너가는 사람을마중하기 위해 낯선 사람끼리
두 주먹 불끈 쥐고
어금니로 쏟아지는 눈물을 꽉 깨물고
우리는 탄압의 강을 지나
폭력의 물줄기로 쓰러진 죽음을 둘러싸고
침묵의 발걸음을 하나씩 움직여
뜨거운 함성의 강가로 걸어 나간다
살아 있는 모든 산자들이 어깨를 맛대고
가슴에 끓어 오르는 분노가
길 위로 쏟아지지 않도록 서로를 껴앉고
저기 죽음을 넘어서 다가오는
한 사람의 소리없는 외침을 귀전으로 들으며
우리는 나간다. 한 걸음씩
결코 물러 설 수 없는 걸음
결코 지지 않을 싸움 죽음을 넘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 소리를
어깨를 맞대고 팔짱을 서로 끼고
낯선 사람들이 침묵의 발걸음을 옮긴다
민주주의의 그 거대한 강을
죽음을 넘어 우리는 건너간다
2016.9.25 박기영시인의 페이스북에서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