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기록

윤주형 열사 3주기 추모제

조성웅 0 1,311

 

<시> 중력의 방향은 옆으로만 흐르기 시작했다
- 윤주형 열사를 생각하며

문득
중력의 방향은 옆으로만 흐르기 시작했다
가까이 있어도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았던 사람들 사이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먼 곳에 있는 그대 심장소리를 듣는 것이
이번 생에서 제일 좋았다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은
새로운 인간의 연대기인지도 모른다

태양계에서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손금처럼 사랑의 지층을 이루고
경쟁이라는 단어를 발음해본 적 없는 세대가
땅의 촉감을 먼저 느끼고 있었다

모든 사건은 온통 아름다움에 이르러서야 완성됐다

마침내 중력의 방향은 옆으로만 흐르기 시작했다

 


------
윤주형 동지는 관계 속에서 더욱 추웠고 외로움 속에서 허기졌다
난 윤 동지의 유서를 읽고 또 읽으면서
왜 열사투쟁을 호소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기를 바랬을까?,
윤주형 동지의 속마음을 헤아려 보려 노력했었다
남아 있는 세 명의 동지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반동적인  화성 공장에서 열사투쟁을 호소한다는 건
자기가 겪은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을 또 다시 세 명의 동지들에게 짐 지울 수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마음에 한기 들면 외로운 것이다
난 윤주형 동지의 허기진 한기를 조금이나마 데워주고 싶었다
추모시는 그렇게 윤주형 동지가 들으면 좋아할 내용을 담았다

49제 때 처음 낭송하고 1주기 때, 그리고 이번 3주기 때 다시 낭송했다
49제 때는 노트에 적은 초고를 보고, 1주기 땐 내 세 번째 시집을 보고, 3주기 땐 외워서 낭송했다.
반복되더라도 지겹지 않은 건
"먼 곳에 있는 그대 심장소리를 듣는 것이/이번 생에서 제일 좋았"기 때문이다.

윤주형 동지의 허기진 한기를 데울 수 있는 방법,
그것은 현장에서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윤주형 동지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노동조합을 더욱 자주적이고 보다 민주적이며 더욱 계급적으로 바꿔내고 강화하는 것
마침내 윤주형 동지를 따라 직접행동으로 일어서는 것이다.
나의 추모시는 그때가서야 새롭게 쓰여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적이며 누구보다 시적인 감성이 풍부했던 윤주형 동지의 밝은 웃음을 쏙 빼닮은
직접행동으로 일어선 또 다른 웃음, 웃음들이
새로운 추모시 아니겠는가?

추신;
발품 팔고 공들였던 열사 영상이 좋았던 건 함께 했던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이야기들이었다
윤주형 동지를 기억하는 그 목소리들이 반갑고 고마웠다
내년 4주기 추모제는 화성 공장 안에서, 따뜻하고 훈기 있는 곳에서
더 많은 조합원들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돋아낳으면 좋겠다
윤주형 동지를 생각하는 더 많은 동지들의 이야기들이 화성 공장을 풍성하게 수 놓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아 정규직 해고자 분의 시 낭송이 좋았다.
더 많은 동지들이 윤주형 동지를 생각하는 "표현"들을 쏟아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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