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절망은 없다 - 효성 해복투 동지들에게

해방글터 0 1,123

 

 

Ⅰ. 노동자는 자신의 투쟁지도부를 갖지 못했다

 

태광에서, 대한알루미늄에서, 동양 금속에서 어용노조가 들어섰다

중무장한 용역부대를 앞세우고, 경찰을 앞세우고, 노동부를 앞세우고, 국회를 앞세우고, 정부를 앞세우고 자본가의 어용노조 사수투쟁이 시작되고 있다

 

누가 그렇게 쉽게 태광에 어용노조가 들어설 수 있다고 예상했는가

맥없이 공장으로 돌아간 조합원들의 눈빛은 체념에 가까웠다

그 누구도 싸울 만큼 싸웠는데, 최선을 다했는데 패배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바로 교섭에 목매달고 타협하고 직권 조인한 지도부가

일부 미숙한 활동가들(투쟁주의자들) 때문에 유리한 조건에서 타협하는 시기를 놓쳤다고 말한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가 명장이라고 말한다

 

공장점거 파업을 이끌어 간 것은 파업지도부가 아니었다

연맹도 지역본부도 아니었다

노동단체도 정치조직도 아니었다 

투쟁을 밀어 간 것은 분노와 노동이 연결되고, 희망과 투쟁이 연결되고, 요구와 슬로건이 연결되고, 파업과 전술이 연결되어 빚어낸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이었다

생존을 향한 거대한 첫 발이었다

 

그러나 노동자는 자신의 투쟁하는 지도부를 갖지 못했다

노동자는 승리했고 

노동운동은 패배했다

 

Ⅱ. 우리가 해고되는 한이 있어도 민주노조는 포기할 수 없다

 

투쟁하는 사업장은 망한다

새로운 교훈을 공식화하기 위해 자본가의 계획된 도발은 멈추지 않았다

 

조합원 총회를 소집하고 어용대의원들과 자본가에 맞서는 효성 해복투 동지들은 봄빛처럼 정당했다

천막 농성장 앞에 세워진 깃발은 망설일 것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곳에서 솟구치는 결단이었다

3교대, 하루 8번의 출퇴근 선전전

한 숨을 쉴 틈이 없다 어금니를 꽉 깨문다 

가능하지 않은 것은 없다

불가능한 것도 오늘 중으로 문을 열 것이다

희망은 방법을 찾는 사람의 투명한 땀에 와서 맺힌다

참 밝고 붉은 열매, 

우리 마주 잡은 작은 실천투쟁의 손이 

제때에 조합원들의 휘발성 분노에 불을 지필 것이다

침묵에 균열을 만들고 그 틈으로 함성이 쏟아지게 할 것이다

 

찬 겨울바람이 잠자리를 파고들어도 

해고된 것이 너무나 분하고 분통 터져 밤잠을 설쳐도

감기 몸살 난 동지 한 명 없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투쟁 속에서 서로 눈빛이 닮고 표정이 닮고 웃음의 속살까지 닮아버린 동지들

우리 모두가 서로의 희망이다   

해고되는 한이 있어도 민주노조를 포기할 수 없다

돌멩이처럼 단단해진 눈빛은 체념에 묶여있는 현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Ⅲ. 패배가 가르친다

 

말이 아닌 몸으로의 실천

투쟁하지 않고서 어찌 신뢰를 바라겠는가?

나 혼자 살자고 동지들을 버릴 수는 없지

너무 힘들어 주저 않고 싶을 때

바로 그 때가 투쟁이다 투쟁의 시작이다

투쟁은 우리의 호흡, 우리의 새로운 생명

반동이 강화되면 될수록

노동자는 숲처럼 단련된다

탄압이 강화되면 될수록

노동자는 강물처럼 성장한다 

패배가 가르친다

적이 강력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단결이 강하지 못했다는 것을 

교섭지상주의가 투쟁을 말아먹고 있다는 것을

타협지상주의가 절망공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패배가 가르친다

싸움의 시작에서부터 타협을 생각하는 지도부는 필요 없다

구실을 찾고 변명을 일삼는 지도부는 필요 없다

직권 조인한 지도부는 차라리 완장을 차라

패배가 가르친다

시행착오와 오류로부터 배우려는 지도부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방법을 찾으려는 지도부

민주노조 사수투쟁은 우리의 신심 있고 투쟁하는 지도부를 다시 건설하는 일이다

 

새로운 길로 일어 선 해복투 동지들

몸의 표정에 봄 쑥처럼 생기가 돋는다 

피켓을 챙기고 플랭카드를 들고, 선동 내용을 준비하며 다시 투쟁에 나선다 

선동 구호 속으로 조합원들이 걸어온다

조합원들은 죽지 않고 작년 여름의 공장점거 파업 속에 살아 있다

분임조 회의 체계 속에 자신의 창조적인 힘을 화산처럼 품고 있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공동작업으로부터 뻗어오는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뿐

다시 시작하자

돌아서 가는 길은 죽음에 이르는 길

그래 다시 일어나 또 가자

이제 우리의 투쟁 앞에 절망은 자본가의 것이다

이제 우리의 투쟁 앞에 공포는 자본가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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