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내 친구 우석이 - 계급으로 회복하라

해방글터 0 1,237

 

 

두 손 어깨춤까지 올리고

어깨 으쓱되며

아! 아알~제

 

한국 야쿠르트 다니다 처남의 소개로 현대중공업 직업훈련소에 들어간 내 친구 우석이

니기미 월 300만원 번다고 때려치우고 왔는데 기본급이 70만원

오우 뚜껑 열리는 거

알~제

 

현대 중공업 노래마당 회원이든 내 친구 우석이

노래로 운동을 처음 시작한 내 친구 우석이

취부공이었던 내 친구 우석이

하도 오함바 질을 해 양 어깨에 담석이 걸려도

조합원들 떠나기 싫어 산재신고도 내지 않던 내 친구 우석이

젊은 대의원이었던 내 친구 우석이

효성 공장점거파업 때 사수대에 참가한 내 친구 우석이

티나게 싸우다 진압부대에 찍혀 허벌나게 두드려 맞고 구류 살고 나왔던 내 친구 우석이

나오자마자 다시 쇠파이프를 잡은 내 친구 우석이

화염병이 날고 진압조가 쳐들어와도 쇠파이프 하나 잡고 버티던 내 친구 우석이

사실 좃나게 무서웠다고, 정말 부끄럽다고 쓴 소주를 들이키든 내 친구 우석이

노사협조주의 노조 집행부에 대한 폭로와 잠정합의안 부결투쟁을 조직했던 내 친구 우석이

혹독한 겨울 추위와 바람, 

목장갑 낀 손에 감각이 없을 때까지 유인물을 접고 또 접고 한 사람이라도 더 유인물을 나눠주려 몸을 움직였던 내 친구 우석이

방어진의 찬 바닷바람이 턱을 얼어붙게 하여도 피케팅과 중식선동, 목욕탕, 커피자판기, 식당 등에서 부결 투쟁을 선동했던 내 친구 우석이

어용대의원들과 사측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에 개고기 파티 한 것을 폭로하고

현장통제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던 내 친구 우석이

무쟁의 청산, 현장권력 쟁취를 위해 자기희생을 통해 길을 열어갔던 내 친구 우석이

청년노동자회 1기 의장이었던 내 친구 우석이

 

여러분

알~제

 

내 친구 우석이가 떠나갔다

잘 나가던 옛날 팔아먹고 허명 팔아먹고 그래도 민주 활동가라고 지껄이는 타락한 중공업 선배들 생각하면

구토가 난다고

중공업 쪽으로는 다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며 

내 친구 우석이가 떠나갔다

꼴통 새끼 한 명 없어져 중공업은 앓은 이 뽑았지

아마 다시는 중공업에 취업 못하겠지

네가 떠난 자리, 이 뽑힌 자리 잇몸처럼 허전했지

중공업 운동이 한 몇 년 물 건너갔지

 

 

그러나 우석아

네가 애써 외면했던 바로 그 자리, 

조합원들, 하청노동자들은 너처럼 떠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곧 죽어도 중공업에서 살고 사랑하고 새끼 낳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너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네 몫을 다른 동지들이 할 수밖에 없다는 거

이제 조합원들은 너보다 더 실천적이고 더 계급적이고 더 성실해야만 그 모습을 믿어준다는 거

우석이 이 나쁜놈아

알~제 

 

넌 침묵하지도 그렇다고 타협하지도 못하고 뚝 분질러졌다

난 너의 곧은 모습이 때로 불안했다

난 구부러져 곡선을 이루는 부드러운 힘이 좋다

구부러진다는 것은 변절이 아니라 탄력이며 또한 때를 준비하는 집중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한 몇 년 푹 썩어봐야, 단맛 쓴맛 다 보고 난 이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목숨 걸 수 있다

미리 도망갈 구멍을 마련하지 않고 죽으라고 살고 죽으라고 싸우는 것 

사실 노동 운동에서 가장 힘든 것은 적들의 탄압만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서의 분열이다 

마음 주었던 동지와 정을 끊어내는 투쟁. 이 쓴맛의 깊이가 사상이다 

사상이 길을 밀어간다는 거

우석아

알~제

 

그러나 선언은 쉽지만 현장에서 사측 관리자들의 숨 막히는 통제와 조합원들의 외면 속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백배는 더 힘들다

이빨 까다 떠난 인간들 어디 한두 명이었냐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떠는 인간들 체질에 안 맞아도 

그러나 우리는 배움의 선두에서야 하고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투쟁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는 거

우석아

알~제  

 

경험이 빚어낸, 분노가 빚어낸 정점에서 무너져 내린 

아니 도망친 내 친구 우석아 

이제 중공업에서 보기 힘들겠지

그러나 우리 호흡하고 발 딛는 곳마다 피해갈 수 없는 싸움터이다 

네가 짱구 굴려 봤자 별 수 없다

짱구 굴리지 말고 너답게 두 눈 딱 감고 다시 시작하자   

1인칭으로, 무기력한 개인으로 돌아가지 말고

계급으로 회복하라

조직으로 성장하라

우석아

내 맘 알~제

이 나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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