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환하게 - 울산지역 건설플랜트 노동조합 동지들

해방글터 0 1,094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 60의 늙은 노동자가

종하체육관 입구 테이블 위에 놓인 

울산지역 건설플랜트노동조합에 가입원서를 쓰고 

결성보고대회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입구에서 나눠준 머리띠를 받아 들고 

― 나 같은 늙은 노동자도 이런 걸 주능교

― 물론입니다. 머리에 매십시오

머리띠를 받아 든 나이 60의 늙은 노동자가 

환하게 

환하게

생애 처음 같은 웃음을 짓는다

 

나의 60의 늙은 노동자가 머리띠를 어색하게 맺는데 

단결 투쟁 글씨가 귀 근방으로 가 버렸다 

옆에 있는 동료 조합원이 

환하게

환하게 웃으면서

― 워따 형님 이게 뭔교

머리띠를 바로 매준다 

환하게

환하게

나이 60의 늙은 노동자가 웃는다

어깨 툭 치면서 함께 어깨 건다

 

나눠준 노래가사, 철의노동자를 따라 부르면서

불끈 쥔 손도 어색하게 뻗어보면서 

환하게

환하게

나이 60의 늙은 노동자가 웃는다 

― 건설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환하게

환하게

생애 처음 같은 웃음으로

나이 60의 늙은 노동자가 마디 굵은 손을 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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