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 60의 늙은 노동자가
종하체육관 입구 테이블 위에 놓인
울산지역 건설플랜트노동조합에 가입원서를 쓰고
결성보고대회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입구에서 나눠준 머리띠를 받아 들고
― 나 같은 늙은 노동자도 이런 걸 주능교
― 물론입니다. 머리에 매십시오
머리띠를 받아 든 나이 60의 늙은 노동자가
환하게
환하게
생애 처음 같은 웃음을 짓는다
나의 60의 늙은 노동자가 머리띠를 어색하게 맺는데
단결 투쟁 글씨가 귀 근방으로 가 버렸다
옆에 있는 동료 조합원이
환하게
환하게 웃으면서
― 워따 형님 이게 뭔교
머리띠를 바로 매준다
환하게
환하게
나이 60의 늙은 노동자가 웃는다
어깨 툭 치면서 함께 어깨 건다
나눠준 노래가사, 철의노동자를 따라 부르면서
불끈 쥔 손도 어색하게 뻗어보면서
환하게
환하게
나이 60의 늙은 노동자가 웃는다
― 건설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환하게
환하게
생애 처음 같은 웃음으로
나이 60의 늙은 노동자가 마디 굵은 손을 뻗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