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생명을 키우는 몸

해방글터 0 949

 

 

입덧 지나자 새싹이 돋고 

아내 몸이 더욱 둥그레졌습니다.

둥근 몸 전체가 짠 소금기였습니다. 

 

아내가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자

현대자동차는 하청 업체 들어낸다는 협박을 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하청노동자들 달려와

“언니 때문에 우리 모두 죽을 수는 없잖아요”

아내는 집에 돌아와 이틀 밤낮으로 울었습니다

그 눈빛이 무서웠다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러나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고 엉엉 울었습니다

 

이 악물었습니다 

혼자 피케팅을 하다가도 입덧을 심하게 하던 아내였습니다

다 게워내고 난 젖은 눈빛으로 다시 피켓을 잡던 아내였습니다

젖은 눈빛 곧바로 살얼음이 끼는 겨울바람 속의 아내였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대의원 대회장

전 공장에 배포할 유인물에 기명해줄 수 있는, 

나아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싸워 줄 대의원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물론 대의원 대회장에서 아내는 하나의 이슈였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대의원들 욕먹이느냐고 항의 전화가 답례로 왔습니다

 

이제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 활동가 취급도 못 받지만

그렇다고 현장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조직하려는 활동가는 꼴통 취급 받습니다 

하청비율 16.9%, 고용안정협약서에 도장 찍자마자

하청 공장으로 가는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사측과 각 공장 대의원들이 협상하고 도장 찍는 

맨아워 협상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의 목숨 줄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더렵혀진 손은 부끄러워 할 줄 모릅니다

노동자는 하나다

민주광장 앞에 설치된 플랭카드는

볼품없게 낡았습니다 

 

입덧 지나자 새싹이 돋고  

아내 몸이 더욱 둥그레졌습니다

둥근 몸 전체가 관계를 엮어 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아내의 둥근 몸은 생명을 키우는 몸입니다

아내의 둥근 몸은 새로운 관계를 키우는 몸입니다

아내의 둥근 몸은 현장에서의 새로운 질서를 키우는 몸입니다

생명을 키우는 몸, 공동전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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