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입덧 지나자 새싹이 돋고
아내 몸이 더욱 둥그레졌습니다.
둥근 몸 전체가 짠 소금기였습니다.
아내가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자
현대자동차는 하청 업체 들어낸다는 협박을 했습니다
함께 일하는 하청노동자들 달려와
“언니 때문에 우리 모두 죽을 수는 없잖아요”
아내는 집에 돌아와 이틀 밤낮으로 울었습니다
그 눈빛이 무서웠다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러나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고 엉엉 울었습니다
이 악물었습니다
혼자 피케팅을 하다가도 입덧을 심하게 하던 아내였습니다
다 게워내고 난 젖은 눈빛으로 다시 피켓을 잡던 아내였습니다
젖은 눈빛 곧바로 살얼음이 끼는 겨울바람 속의 아내였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 대의원 대회장
전 공장에 배포할 유인물에 기명해줄 수 있는,
나아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고 싸워 줄 대의원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물론 대의원 대회장에서 아내는 하나의 이슈였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대의원들 욕먹이느냐고 항의 전화가 답례로 왔습니다
이제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 활동가 취급도 못 받지만
그렇다고 현장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조직하려는 활동가는 꼴통 취급 받습니다
하청비율 16.9%, 고용안정협약서에 도장 찍자마자
하청 공장으로 가는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사측과 각 공장 대의원들이 협상하고 도장 찍는
맨아워 협상에 따라
하청노동자들의 목숨 줄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더렵혀진 손은 부끄러워 할 줄 모릅니다
노동자는 하나다
민주광장 앞에 설치된 플랭카드는
볼품없게 낡았습니다
입덧 지나자 새싹이 돋고
아내 몸이 더욱 둥그레졌습니다
둥근 몸 전체가 관계를 엮어 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아내의 둥근 몸은 생명을 키우는 몸입니다
아내의 둥근 몸은 새로운 관계를 키우는 몸입니다
아내의 둥근 몸은 현장에서의 새로운 질서를 키우는 몸입니다
생명을 키우는 몸, 공동전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