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잘려나간 손마디가 더욱 붉다

해방글터 0 1,044

 

 

아침 출근 버스 안

손가락 마디 7군데가 잘려 나간 늙은 노동자를 보았네

엄지손가락 하나 남은 오른손

손잡이를 간신히 잡고 있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몸 전체가 위태했네

참혹한 고통이 지난 이후에도

살아남은 몸은 일자리를 찾아 헤맸네

 

늙은 노동자 잘려나간 손마디가 더욱 붉네

잘려나간 손마디의 통증처럼

그라인더 공의 아침, 굳어진 손 마디마디의 통증이 닮아 있네

저 잘려 나간 붉은 손마디가 

인간과 일하는 소 사이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서러움과 분노를 닮아 있네 

힘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네 

 

늙은 노동자 부끄러이 손 감추지 않았네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았네

조용하다고 분노가 없겠는가

조용하다고 희망을 잃었겠는가

안타깝게 바라보는 눈빛을 오히려 부끄럽게 하는 

허튼 구석 하나 없는 저 몸짓 속에서

마지막을 미리 생각하지 않는 노동자의 자존심이

새살처럼 자라나고 있었네

고통의 내면까지 닮아 버린 우리는 하나

현장으로 출근하는 내 가슴에

잘려 나간 손마디, 붉은 마음이 들어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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