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함께 밥을 먹으면 정이 든다 - 나의 하청동료들에게

해방글터 0 1,067

 

 

진이 빠진 노동자들이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섰다

쇳가루처럼 검고 단단한 얼굴들

 

관리자들은 식당 앞의 노동자들을 12시 정각까지 정지시킨다

밥알 같은 서러움이 목구멍을 꽉 막아버린다

 

싸락눈 나려 눈가에서 녹는다

 

페인트 묻은 얼굴과 손에 묻은 쇳가루를 닦으며, 

산발한 머리카락을 훔치며 

신협이가, 상홍이가, 수덕이가 밥을 먹는다 

 

미친 듯이 밥을 먹다가 마주치는 눈빛들 

한꺼번에 웃는다

이 따뜻함을 몸은 안다

 

이 따뜻함이 우리를 강하게 할 것이다 

파김치가 된 몸으로 

미친 듯이 밥을 먹다가 함께 웃는다 

 

죽음에 직면한 육체에서 피어나는 

이 웃음, 웃음

절망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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