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조성웅 제2시집 /물으면서 전진한다 / ​서문

해방글터 0 1,031

서문

 

 

이 땅의 밑바닥, 가장 어렵고 힘든 조건에서 인간다운 삶의 존엄을 위해 일어섰던 대공장 사내하청노동자들의 투쟁, 토목건축,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의 투쟁, 기간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은 21C 초입의 가장 절박하고 치열한 계급투쟁의 역사이며 민주노조운동의 향방을 결정하는 계급적 경계선이었다. 그만큼 노예적 침묵을 강요하는 자본의 노동유연화 공세에 균열을 내며 인간적인 빛으로 타올랐던 비정규직 투쟁은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정당한 지위를 요구할 수 있고 또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이번 시집은 울산 현대중공업, 이 죽음의 공장에 들어와 하청노동자로서 일하고 또한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비정규직 투쟁에 참가하면서 희망을 품고자 했던 내 30대 초 중반의 삶과 투쟁의 기록이다. 

 

하청노동자로서 당해야 했던 서러움과 분노의 정서로 싸웠고 하늘로 하늘로 올라 인간다운 삶의 집, 그 희망의 집을 짓고자 했던 치열했던 비정규직 투쟁의 한 시기가 마감되고 있다. 심장이 아프고 눈물이 솟구친다. 비록 이기지 못했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투쟁의 거리와 현장, 함께 했던 동지들의 그 신뢰의 눈빛들, 따뜻한 함성들, 연대의 몸짓들이 희망의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유서 한 장 그럴 듯 하게 써 놓지 않으면 열사 칭호도 받지 못하는 타락한 노동운동, 현장 조합원들의 머리를 밟고 허공에 떠 있는 노동조합 집행 권력과 자본가계급과의 협력 관계, 노동조합 관료제의 법적 제도적 공고화. 이제 노동조합운동은 혁명의 지렛대가 아니라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더 이상 민주노조는 없다. 그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전망부재의 이 비혁명기의 시간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희생을 통해 인간다운 삶, 혁명을 꿈꿨던 열사들을 생각한다. 내 곁에서 투쟁조직가로서의 역할과 모든 사물에 대한 집요한 질문을 포기하지 않도록 가르쳐 주었던 박일수, 류기혁 열사와 나란히 노동자 출신으로 조선공산당 책임비서였던 차금봉을 비롯해 1930년대 조선공산당 재건을 위해 목숨 걸고 투쟁했던 경성트로이카, 경성꼼그룹 등 선배 혁명가들의 삶이 역사적 시간을 가로 질러 지금, 내 새로운 삶의 출발지에서 하나로 결합되고 있다. 강령과 전술 조직 노선 상에서의 오류에 눈 감지 않으면서도 이 땅(남과 북)에서 의도적으로 “삭제”되었던 선배 혁명가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고 자기희생을 통해 길을 열어가고자 했던 열사들의 삶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희망을 찾고 있다. 

 

단절과 계승의 경계 위에서 두 번째 시집을 펴낸다.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되고 나서 투쟁을 호소하는 것 이외에 조합원 동지들에게 줄 것이 없어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내게도 줄 “선물”이 생겨 기쁘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투쟁의 현장에서 만났던 모든 동지들에게 이 시집이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다. 

 

희망의 불씨로 내 심장에 살아 있는 소중한 동지, 손 내밀면 닿을 것 같은 박일수 열사와 류기혁 열사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다시 “열사정신”은 노동해방이며 “열사정신 계승”은 노동해방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온통 거는 일이라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자! 

 

2006년 10월 13일 서른여덟 생일,

골리앗 크레인이 보이는 울산 동구에서

조성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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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삶은 변한다

 

15   새싹에게 고맙다

16   함께 밥을 먹으면 정이 든다

18   잘려나간 손마디가 더욱 붉다

20   도장공의 피 속에는 신나기가 흐른다

21   끝을 물고 이어지다

25   삶은 변한다

33   일어서는 하청노동자

36   하청노동자들의 마음은 모두 똑 같다

38   화장실 벽에 새겨진 하청노동자들의 마음

39   라인을 끊자

41   오늘, 울 엄니 이빨 하나가 또 부서졌다

42   내 투쟁의 심장은 살아있는가

44   입덧은 투쟁신호처럼 왔다

47   생명을 키우는 몸

50   환하게

52   밥과 투쟁

54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허용하고 있다

56   내 친구 우석이

62   절망은 없다

 

합법적인 나날   67

투쟁이 투쟁을 부른다   70

다시 저 꽃 빛 속으로   72

 

 

2부 물으면서 전진한다

 

용수아이가   77

함께 한 만큼 내일입니다   79

정말 푸른 겨울 저녁   81

양정 나라   84

좌우명   86

탄환을 꿈꾼다   88

차이가 우리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살아있게 한다   90

나를 채우고 키운 것은   93

슬픔이 깊을수록 투쟁의 강도는 강하다   97

문 밖으로 나가는 아이  100

자본가들의 정치적 수다  102

이라크의 꿈 많은 소녀들은 부시도 후세인도 원하지 않는다  104

물으면서 전진한다  107

밥 한 끼의 정치  111

용감한 관료들과 어설픈 투사들  114

1.03평 독방에서도 난 꿈을 꾼다  118

 

121   오늘은 봄빛 좋은 어린이 날

123   꽃피듯 날아든 엽서 한 장 

125   넉넉한 웃음

126   다가올 10년은 

 

 

3부 죽음의 공장

 

131   우리는 죽어도 동지를 그냥 보낼 수 없다

134   한진중공업 가는 길

135   투쟁이 있는 곳에서 투쟁을 확대하라

138   죽음의 공장

140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

143   흐린 날

 

 

4부 푸른 달의 궤도

 

149   저물녘, 은행나무 아래에서

150   내 사랑의 미풍

151   푸른 달의 궤도

152   섬끝 마을에서

 

가을좆이 봄보지에게   153

월곡동 산 1번지   155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소박한 창문   156

그대에게 가는 일의 순서   157

2002년 12월 겨울나무   159

봄의 내부   160

 

 

5부 적빛의 매화꽃 향기

 

어느 친숙한 봄날에   165

투쟁 사업장의 아침   167

무장한 노동자군대   170

공장은 노동자의 것이다   172

그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175

하늘로 오르는 깃발   176

적빛의 매화꽃 향기   178

 

발문․정남영   183

노동의 분할을 넘어서 우리 모두의 하나됨으로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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