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거침 없이 꽃피는 그대

해방글터 0 1,003

 

 

문득

푸른색에 더욱 가깝게 저녁이 옵니다

난 그대 오는 저쪽 골목 끝에

가로등처럼 내 눈물을 매달아 놓습니다

 

혼자 남은 잎새는 볼품없고 이기적인 내 사랑에 

마지막이 왔다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잎새를 떨구는 나무의 결단처럼

내 살아 있는 습성은 뿌리 채 통증입니다

전혀 새로운 그대 향기를 느낍니다

 

―"딸로서 아내로써 내가 원하는 사소한 것부터 포기하면서 살았어요. 형이 없는 상태에서 활동 전망을 결정하겠어요. 형은 항상 저에게 사상을 획득하라고 하셨지요. 그만큼 형은 저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실천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러나 제가 동지로 서는 것을 일정부분 두려워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놓아주고 동지를 부여잡으십시오. 이제는 누구를 따라가지 않을 것입니다. 형이라 하더라도 의견이 틀리면 싸울 것입니다. 이론으로 되지 않으면 찾아서 그것도 안되면 실천으로, 깡다구로 싸울 것입니다"

 

;그래요 난 장남으로 키워졌습니다

그대 몸에 핀 꽃,

그늘이 깊어질수록 단지 내 아내로 갇히는 그대가

사무치게 슬펐지만 

난 습성의 잔가지에서 오래도록 흔들렸습니다

 

몸의 기억을 끊어내며 

거침없이 꽃피는 그대

자기 삶을 이루는 향기로 

그렇게! 

삶의 높이와 속도를 감지하는 자유

난 내 품에서 그대를 훨­훨 날려보냅니다

그 비상을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펑펑 울어버립니다

 

빛과 여백의 경계를 허물며 자줏빛 저녁노을로 다가오는 그대

내 삶이 꽃피는 주소

내 삶을 이루는 가장 소중한 결과

내 몸 전체가 자줏빛 저녁노을을 닮아갑니다

어느새 깃털처럼 내 몸도 따뜻해집니다

우리는 벌써 투명한 한 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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