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그 몸짓 전체가 악수라는 것을 압니다

해방글터 0 1,035

 

 

내일은 동짓날, 찬 방어진의 바닷바람이 공장지대로 불어옵니다. INP중공업 공장 문이 열리자 추락사고, 폭발사고, 압착사고, 감전사고로부터 간신히 목숨을 지킨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의 폐허에서 활자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INP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건설되자 정문은 굳게 닫혀 버렸습니다. 본청 자본가들은 하청 노동자들과는 어떠한 고용­피고용인의 관계도 맺지 않았다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받았습니다. 국민연금, 의료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어떠한 혜택도, 연장근로수당도, 주월차, 생리휴가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겨우 사람 둘이 빠져 나올 수 있는 좁은 쪽문으로 터져 나옵니다.

 

몇몇은 INP 중공업 주변에 즐비한 횟집으로, 더러 몸이 아픈지 약국으로 가고 나머지는 총총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서러움과 분노조차 느낄 시간도 없이, 통증으로 끙끙 앓는 꿈속으로 하루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INP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 위원장과 사무장은 관리자들에게 쥐어 터져도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수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조합 사수" 피켓을 가슴에 메고 쪽문을 통해 나오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일일이 투쟁 인사를 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꼭 이기세요' 손 마주잡지 못했으나 짧게 마주치는 눈빛 속에서 신뢰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간혹 어떤 이는 본 채 만 채 위원장과 사무장 곁을 지나 빠르게 사라져갑니다. 그들이 지나간 골목은 사측 관리자들의 감시의 눈초리가 무전기의 칙~칙 거리는 소리처럼 깔려 있습니다.

 

생활을 포기할 수 없어 사측 관리자의 통제에 침묵하는 것이라면 또한 포기할 수 없는 삶과 노동의 절박함이 너끈하게 사측 관리자의 통제를 넘어 한꺼번에 일어서리라는 것을 압니다. 아스팔트 바닥에 살얼음처럼 깔리는 겨울 바람 속으로 멀어져 가는 동지들! 그 뒷모습이 악수라는 것을 압니다. 힘없는 노동조합, 더 열심히 투쟁하라는 비판적 격려라는 것을 압니다.

 

그렇습니다. 어제, 오늘도 INP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조합 위원장과 사무장은 동지들 곁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동짓날, 투쟁 승리의 따뜻한 팥죽 한 그릇으로 동지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심스러운 동지들의 몸짓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주체로 일어서는 날, 저 자본의 공장 문을 투쟁으로 여는 날 우리 모두는 서로의 자랑스러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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