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추풍령 10 -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해방글터 0 2,243

 

 

현장에 버려진 나무 동가리들을 모아

모닥불을 피운다

매캐한 연기에 눈 비비며 모닥불 주위로

몰려든 농한기의 사람들

지난밤, 창고에 쌓아 둔 사과가 썩어 가듯

취기에 병이 깨지고 쓰리고 피박에

욕지기가 나오고

자신의 속살을 파내며,

사람들은 이렇게 라도 자신의 삶을 

견디고 있는 것인가

사람들의 핏발 선 눈으로 떠오르는

입동 지난 아침햇살,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가지 사이에서

잎잎이 떨어진다

 

모닥불이 타오른다

속으로만 삭여

굳은살 박힌 세월 속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자신의 내력으로 밝히며 타오른다

모닥불이 덥혀 논 이 자그마한 공간이

통증 같은 겨울을 견디게 하리니

버려진 것들은 가늠하기 힘든 불씨를 지니고 있다

 

모닥불이

절정을 향하여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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