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행운목, 풋풋한 그녀

해방글터 0 854

 

 

때로 포기하고 싶은 걸음이기도 했다

아스팔트 핏자국 위에

나는 최선을 다했다, 라고 쓰고 싶었다

투쟁한 만큼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몸짓 하나로 세상이 꽉 찼던 날들은 지났다

정든 날들, 

마르크스레닌주의는 테크노댄스처럼 넘쳐 났지만

마르크스레닌주의자者들은 없었다

많은 오류를 저질렀다는 것

깨지고 쪼개지고

비로소 우리는 소수라는 것

입술은 터질 것 같은 사랑으로 닫혀 있다

 

사상이 타락하면

권력욕으로 변질된다

밥벌이와 권력에 대한 매혹이 지상의 과제

모두들 걸음을 바꾸었지만

제 자리를 찾아갔을 뿐이다

 

생활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열려진 창가

우는 아이를 달래며

그녀는 책을 읽고 있다

그 온 몸짓이 미소라니!

아이의 엄마로서

생활의 가장으로서

조직의 지도자로서

그 작은 몸짓이 온통 미소라니!

떠나간 한 친구는 존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녀의 사상 생활을 표현했다

그러나 비록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누구나 충분히 싸울 수 있기에

그 말이 빈말이라는 것을 안다

 

변변한 살림살이 제대로 없는

반 지하 단칸 월세방

봄빛으로서는 행운목

자기 몸으로 온통 싹을 품었구나

조심스럽게 드러낸 풋풋한 그녀의 내면,

지독하게 살아낸 이후에야 과연, 향기를 품는구나

희망도 이와 같아라 

 

- 조만간

  그래! 조만간

  손끝에서 빚어지는 사랑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은 낯선 좌익 슬로건은 아닐 것이다 

 

자기 몸으로 온통 싹을 품는 행운목

풋, 풋, 한 그녀

그 작은 몸짓이 

폭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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