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게자 으자 름자 氏의 하루

해방글터 0 1,281

 

 

S# 1. 기상 시간 오전 11시 40분

게자 으자 름자 氏​는 정오가 다 되서야 일어났다 재떨이에는 책임지지 못하는 말처럼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게자 으자 름자 氏​는 장초 하나를 털어 불을 붙인다. 커튼 사이로 담뱃재 같은 햇살이 들어와 재떨이에 쌓인다. 게자 으자 름자 氏​ 는 지난밤에 마무리했던 논문을 검토한다.

 

S# 2. 정오를 지나는 태양

게자 으자 름자 氏​ 에게 학습은 유행성 열망이다. 논쟁에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세계는 문자로 이루어진 성, 이 성안은 완고한 어둠 속에 있다. 전자파는 먼지처럼 떠다닌다. 두통이 심해진다. 정오를 지나는 태양에 자신을 허락한 게자 으자 름자 氏​ 의 의식은 비계 기름이 잔뜩 떠 있는 식은 고기국물 같았다. 

 

S# 3. 오후 1시 파업에 참가중인 현장조합원은 시간이 없다고 한다

AFKN을 턴다. 방안 공기는 접착제처럼 뒤엉킨다. 파업에 참가중인 현장조합원은 시간이 없다고 한다. 게자 으자 름자 氏​ 에게 현장조합원이 부닥치고 있는 고민은 몇 마디 문장이면 족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기회주의적이요, 사회주의적 대안을 가지고 열심히 투쟁하도록 하시오' 게자 으자 름자 氏​ 는 손톱만큼도 현장조합원에 대해 아는바가 없다.

 

S# 4. 오후 2시반 비디오 가게로 향하는 길은 유방처럼 부풀어오른다.

비디오 가게로 가는 길은 유방처럼 부풀어오른다. 자위행위를 하면서 게자 으자 름자 氏​ 는 쓰레기 봉투처럼 참담해진다.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것 없는 생활과 나이, 커튼 밖의 세계는 거대한 공포, 게자 으자 름자 氏​ 는 자위행위 하듯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S# 5. 오후 8시 퇴근한 아내 앞에서

퇴근한 아내 앞에서 게자 으자 름자 氏​ 는 짜증을 낸다. 어떻게든 자신을 희생해 게자 으자 름자 氏​ 의 활동을 도우려는 아내의 태도를 속물근성이라고 비판한다. 아내와 활동할 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활동을 시작하라는 게자 으자 름자 氏​의 당위적인 말에 아내는 콘크리트 벽 같은 절망을 맛본다. 싸운다. 술을 벌컥 벌컥, 하루해는 그의 목구멍 속에서 빈 소주잔처럼 진다. 커튼은 한 번도 열려진 적이 없었다. 

 

S# 6. 에필로그

게자 으자 름자 氏​ 는 오늘도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자부하며 잠이 들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내조차 설득할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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