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봄날, 미친년

해방글터 0 1,030

 

삼양동 입구와 미아삼거리 사이

몇 날 몇 일을 지하도에서 새우잠을 잔

땟국물 절은 얼굴과 머리

브라자끈을 드러내 놓고

엄지발가락이 뾰족, 튀어나온 신발을 질질 끌며

철지난 겨울 외투를 왼손으로 접어 든 

미친년을 매일 보네

간판이 즐비한 거리를

군바리처럼 팔을 90로 흔들며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다니는 그년을. 

그년의 유일한 관심사는 사람이라는 듯

간판이 즐비한 거리를 오직 사람들만 보며 걷네

간판이 원하는 방향으로 걷지 못하고

끝내 사람들 속을 걸어가네

히죽히죽 거리며

침까지 퉤, 퉤, 퉤 뱉으며

그년은 세상 밖으로 가는 비밀을 엿보네

마치 지 년이 새로운 길이라는 듯

군바리처럼 팔을 90로 흔들며

보무도 당당하게

봄날, 미친년

나른하게 펼쳐진 신세계 백화점 앞

기획된 풍경을 끝내, 망쳐 놓으며

보무도 당당하게

오! 봄날, 미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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