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솔잎을 태우며

해방글터 0 800

 

 

솔잎을 태우며

정월 대보름 달을 봅니다

웬일인지 자꾸 눈물이 나네요

구정이 되어도 오지 않던 그대

오히려 뒷골목 어둠에 친숙해진 그대

가쁜 숨결 거두고

지금, 대보름 달을 보고 있는지요

 

솔잎 향기가 

그렇게 그윽할 수가 없네요

그대 기다리는 마음 구석구석까지

병 문안 오네요

둘만의 시간도 없이,

대중 파업 속에서 키워 갔던 우리들의 사랑

혹, 그대 미워했던 순간까지도

아낌없이 정화하네요

솔잎 향기 같은 내 사랑

달빛의 여백을 촘촘히 채우네요

 

내 사랑은 오직 둥그런 사랑이기에

대보름 달 가득 그대 보이네요

대보름 달이 유난히 포근하네요

대보름 달 같은 그대 숨결, 

어쩜 이리 다정한 지요

 

같은 하늘 아래 있다면

이쪽과 저쪽이 없네요

우리 벌써 함께 가고 있네요

함께 가는 길에

대보름달 빛이 유난히 포근하네요

솔잎 향기가 말할 수 없이 그윽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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