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이불 한 채로 시작한 사랑 - 동지의 결혼식장에서

해방글터 0 1,020

 

예기치

예기치 않은 순간에

사랑은 온다

삶의 바로 한 발 앞에

돌 속에서 꽃 피우는 격렬함으로

사랑은 온다

모든 준비를 뛰어 넘어

생활의 고단함에 쉼표를 찍어 주는

활력으로 

사랑은 온다

 

옥탑방, 이불 한 채로 시작한 사랑

꼬~옥 잡은 손은 따뜻했다

서툰 솜씨의 저녁 한끼가 

한 겨울밤을 견디게 했다

한 순간도 놓지 못한 눈빛 속엔

투명한 별빛이 봄의 문처럼 열려 있었다 

특별히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우리는 한 몸으로 피는 꽃이었다

 

비록 의도하지 않았으나

이별은 눈물로서도 표현되지 않는 

또 다른 사랑이었다

그대 내 품속에서 놓지 않았음으로

그대 표정 하나

몸짓 하나 하나가

더욱 생생했다

그리움도 깊어지면 한 몸일지니

이별의 거리는 없다

우리 자주 다투었으나

그대 눈물 뒤의

맑게 개어 독기 오른 눈동자가 

사랑이라는 걸, 

왜 모르겠는가? 

 

눈 돌리려 해도

너무 깊숙이 들이닥친 사랑이여

조용히 싸움을 준비하는

생활의 내부로 열려진 희망이여

한 몸으로 따뜻한 우리는

섣부른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다

곧게 뻗은 지름길이 아니라도 좋다

생활 속에서 서로 닮아 가고

싸움 속에서 서로 강해지고

사랑 속에서 서로 이해하는

해답을 찾아가는 몸짓.

우리 생애 새로운 첫 날,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꽃망울은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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