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1
지난달, 가로등에 빛나던
막 피기 전의 새싹이여
첨예한 사투死鬪여
지울 수 없는 상처 위에
끝내 꽃피었구나
끝내 좌절하지 않았구나
끝끝내 세상이 눈부시구나
2
라성아파트
강철로 된 담에도
꽃이 피는가
사적 소유의 담에
그 어느 누구도 범접 못할 담에
개나리꽃을 내어다 걸 줄 아는
부르주아의 정치.경제학이여
입간판 사원 모집 광고 앞에 선
눈빛이여
만개된 개나리꽃을 쳐다볼 여유도 없이 지나간
고단한 발걸음이여
3
하루에도 몇 번씩
불쑥불쑥 자라는 것이 있다
발디딜 틈 없이
파국을 향하여
한 번은 뒤집어 업고야 말
파국을 향하여
불쑥불쑥 자라는 것이 있다
먹고 살 구멍,
이젠 고만고만한 희망에 지쳤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불쑥불쑥 자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굳이 무덤을 열고 나오는
희망이라 하지 않아도
강철은 자란다
4
한달음으로 사랑은 다시 시작되고
한달음으로 투쟁은 다시 시작되고
한달음으로 혁명은 다시 시작되고
- 그 어느 누구도 범접 못할 사적 소유의 담에
개나리꽃을 내어다 걸 줄 아는
부르주아의 정치.경제학이여
그러나
다시 시작하자고 내민 신뢰의 손
다시 시작하자고 내민 투쟁의 손
다시 시작하자고 내민 과학의 손
그 그림자조차 생기를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