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 길동무 돌쑥에게
부재는 그리움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함에 우기 짙었다
폭설처럼 문득 길이 끊겼다
“나이 오십 넘어서 뭔 공부냐 다 버려야지
씨감자 스무 알이라도 잘라서 직접 심어봐라”
머리만 무거운 내게
네가 남긴 마지막 유언처럼
더듬거리며
땅을 가꾸었다
별들의 항로를 찾았다
한 달 내내 비가 내리고
노지 고추밭에 탄저병이 들 때
내 살점도 타들어 가는 감각을 처음 알았다
;우리라는 울타리를 저 풀 한 포기까지 확장하는 건
모든 생명의 숨통을 틔우는 일이다
자본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최초 대지다
네가 누운 자리까지 예초하던 날
예초기 칼날에 누운 풀 향이 그렇게 좋았지만
살점이 베어져 나간 고통이라는 걸 너무 뒤늦게 알았다
베어진 풀 한 포기조차 우리였구나
땅에서 찾은 별들의 항로였다
네가 다하지 못한 삶이 내 피부에 풀 한 포기로 돋는 날이었다
2022년9월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