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너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같아

조성웅 0 17

- 길동무 돌쑥에게 

 

부재는 그리움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함에 우기 짙었다

폭설처럼 문득 길이 끊겼다 

 

“나이 오십 넘어서 뭔 공부냐 다 버려야지

씨감자 스무 알이라도 잘라서 직접 심어봐라”

 

머리만 무거운 내게 

네가 남긴 마지막 유언처럼 

더듬거리며 

땅을 가꾸었다

별들의 항로를 찾았다 

 

한 달 내내 비가 내리고

노지 고추밭에 탄저병이 들 때 

내 살점도 타들어 가는 감각을 처음 알았다 

;우리라는 울타리를 저 풀 한 포기까지 확장하는 건 

모든 생명의 숨통을 틔우는 일이다

자본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최초 대지다 

 

네가 누운 자리까지 예초하던 날

예초기 칼날에 누운 풀 향이 그렇게 좋았지만

살점이 베어져 나간 고통이라는 걸 너무 뒤늦게 알았다 

 

베어진 풀 한 포기조차 우리였구나 

 

땅에서 찾은 별들의 항로였다 

네가 다하지 못한 삶이 내 피부에 풀 한 포기로 돋는 날이었다 

2022년9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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