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지금 여성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조성웅 0 982

1

 

눈썰미도 손재주도 없는 내게 돌아오는 것은 항상 짜증과 욕설이었다

늦은 나이, 각오는 했지만 서러운 건 서러운 거였다

 

마음 둘 곳 몰라 정처 없을 때 손 잡아 끌어 준 이

내게 담배 한 대 건네며 어깨를 토닥여 준 사람이 있었다

 

관절염이 그의 무릎을 장악하고

숙취에 절어 비틀 출근해도 

그는 용접면만 쓰면 불량 하나 없이 물량을 처 나가는 

용접의 달인이었다

 

짜증과 욕설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친절함을 만났다  

오늘 하루를 살아 내는 이유가 됐다 

 

경쟁이 아니라 나를 존중해 주는 그의 태도는 

노동자민주주의에 가 닿아 있다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는 여성에 대한 존중을 배우지 못했다

 

나에 대한 그의 친절함과 그에 대한 나의 고마움 사이엔 

아주 특별한 이견이 존재했다 

 

 

그의 노동조합 조끼에는 단결투쟁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노동조합 지침에 성실했으며 공권력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진보정당 당원이기도 한 그가

거칠고 힘든 노가다를 견딜 수 있는 樂은 

단결도, 투쟁도 아니었다

그의 유일한 樂은 

노래방에 가서 돈을 주고 도우미를 사는 것이며 현장관리자처럼 그녀를 함부로 부리는 것이며 그녀를 통제함으로써 만족을 구하는 것이었다

 

통제가 없는 동무들과의 술자리를 좋아했지만

그의 즐거움은 권력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함부로 그녀의 가슴을 만지고 함부로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고 함부로 그녀 팬티 속에 손을 넣고 함부로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 강제로 그녀의 입술에 하는 키스는 그녀의 의사에 반하는 성폭력이었다 

 

돈을 주고 여성을 살 때 민주는 명령이 되었다 

여성을 함부로 대할 때 노조는 권력이 되었다 

고급룸살롱과 노래방과 러브모텔이 계급투쟁을 대체했던 시간이 있었다

 

3. 

 

퇴근길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세계는 

거대한 성폭력 체제다

여성을 수탈해 세워진 반혁명이다 

좌우 정치노선의 차이가 없어지는 통일전선이다 

 

여성은 맛도 아니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돈을 주고 사고 파는 상품도 아니다

존엄이다 

폐기되거나 침묵을 강요당할 수 없는 

존엄이다 

 

“꼴리냐, 하고 싶으면 덮치지 말고 유혹하라”#

 

사랑을 잃고 꼴리는 생좆만 전시되어 있는 나날, 

그가 경쟁을 중지시킴으로써 단결에 도달한 것처럼 

그는 폭력을 중지시킴으로써 존엄을 이룰 수 있다  

그는 교환을 중지시킴으로써 생의 두근두근거림, 

평등에 가 닿을 수 있다

이 한걸음이 결정적이다 

이 한걸음에 계급의 운명이 걸려 있다

 

지금 여성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 잡년 행진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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