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치유의 집

조성웅 0 1,158

- 엄마의 소원은 방안에 있는 정지에서 살림을 해 보는 거였다 2

 

아픈 엄마는

뇌출혈이 오고 있는 아픈 아들을 당신 곁으로 불러 들여

위험한 고비를 넘기게 했다

아픈 아들은 아픈 엄마의 고통 없는 잠자리를 지어주고 싶었다

;아픈 엄마를 돌본다는 건 비로소 스스로를 치유하는 일이었다 비판과 폭로로는 도달하지 못했던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로의 이행이었다

 

아늑하고 포근해서 다시 돌아 나가고 싶지 않은 터에 길을 내고

한옥 흙집, 엄마를 위한 치유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일어설 수 있고 밥이라도 할 수 있으면

그런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엄마는 말끝을 흐렸다

일어서지도 못하는데 괜한 이야기를 해서

널 고생만 시키고

엄마의 눈빛이 처연해졌다

 

붓기가 빠진 엄마 손과 발의 어떤 부위는

부러질 것처럼 앙상하게 뼈만 남았다

;“더 이상 의학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라몇 달 전 의사의 진단은 큰 의미가 없었다

내게 한을 남기지 않기 위해

엄마는 이미 죽음의 한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직 현관문도 마무리 하지 못했는데

구들방 문도 달지 못했는데

깔끔하게 집을 완공해서 엄마를 모시고 싶었는데

엄마가 좀더 기다려주시지 않을 것 같아 불안했다

 

부족하더라도 정성이었다

아침부터 엄마 주무 실 구들방을 진공청소기로 돌리고 걸레로 닦았다

거실에 냉장고도 옮겨 놓고 가스레인지 불도 점검했다

구들방은 따뜻하고 가을볕도 잘 들었다

거실 공기도 훈훈했다

 

점심 무렵

걷지 못하는 엄마를 내 품에 안아 구들방 전동침대에 모셨다

 

엄마가 소망했던 방안에 정지가 있는 한옥흙집이야

엄마 눈빛이 가늘게 흔들렸다

 

전동침대를 올리고 가을볕 좋은 남쪽 창문을 열었다

엄마 머리맡에서 엄마 시선에 내 시선을 포갰다

단풍 들기 시작하는 잣나무 숲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엄마 생의 둥근 마침표에 곱게 단풍이 들어 하트모양을 이루었다

난 활짝 펴진 그 사랑 위에 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라는 문장을 새겨 넣었다

2019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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