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엄마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사위고 있다
생을 지탱했던 면역세포들이
일제히
집단자살을 선택한 것 같았다
이미 때를 놓쳤으나
오지 않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울산에서의 활동을 중단하고 엄마 곁을 지키는 것이
내가 찾은 時였다
현미를 빻아 살짝 볶다 약수와 전복 내장을 다져 넣어 끓인
전복내장죽을 엄마 입에 떠 넣어 주는 일
엄마 몸을 씻기고 속옷과 예쁜 개량한복을 입히는 일
대소변을 받아내는 일
정기적으로 엄마 몸에 침뜸을 하고 말벗이 되어 주는 일이
내가 찾은 時였다
; 현대의학이 포기한 엄마 몸 상태였지만 다행히 위암 말기 환자들이 겪는 극심한 통증은 없었다
통증 없는 잠자리를 지키며
난 엄마 생에 깃들 수 있다면 때 늦는 법은 없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방에 요강을 갖다 놔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접이식 간이좌변기를 주문했다
오늘 엄마는 간이좌변기에 위태롭게 앉아
오랜만에
흥건하게 소변을 보고 수북하게 똥을 누었다
난 방안 가득 코를 찌르는 지린내가 그렇게 고마웠다
난 방안 가득 코를 찌르는 똥냄새가 그렇게 고마웠다
엄마
아들 앞에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아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엄마가 다 내게 해줬던 거잖아
오히려 내가 엄마 생에 때 맞춰 살지 못해 미안해
난 눈물 그렁한 엄마 눈빛에 젖어 들며
그녀의 부은 손을 오래도록 잡아주었다
2019년6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