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엄마 몸은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
지구가 흔들리면 엄마 몸도 흔들리고
지진이 나면 엄마 몸에도 지진이 났다
2015년, 50년 만에 찾아 온 강원도 봄 가뭄
엄마 몸도 마르셨다
몸의 균형이 깨지자 체하고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고 부종이 왔다
뜸을 뜨고 침을 찔러도 차도가 느렸다
;결정적인 시기에 엄마 곁에 있지 못하고
울산 플랜트 현장에서 ‘21세기 노동의 새벽’을 쓰기 시작한 것을 후회했다
다행히
새벽에 작고 여린 비가 내렸다
건기의 엄마, 조금이라도 촉촉해졌으면 좋겠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엄마 몸에서 만나 풀처럼 돋아났으면 좋겠다
작고 여린 비 거친 아침
엄마가 집 앞 텃밭을 매고 있다
저렇게 스스로의 힘으로
당신의 삶을 잘 가꾸시기를
난 곁에서, 가만히, 박수를 보낸다
오늘은 참 작고 여리며 맑은
풀잎에 맺힌 물방울, 물방울 같은 날이다
땅에 감응하는 엄마 생의 엽록소가 다 들여다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