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 칠순잔치
붓꽃이 곱게 피어 있는
오늘은 엄마 칠순 생일입니다
화선지에 붓으로 시를 쓰고 머메이드지에 붙였습니다
칠순잔치 상 앞으로 詩書를 전시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오신 엄마는
詩書 앞에 붓꽃처럼 오래도록 서 계셨습니다
늦봄 볕이 화사했습니다
내 詩에 스미는 엄마의 눈빛은
술 취한 아버지의 주정과 고함소리도 닿지 않는 野生이었습니다
때 되면 밥상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野生이었습니다
스스로 꽃피고 빛나는 野生이었습니다
한 생을 돌아 野生에 도착한 엄마에게 술 한 잔 올렸습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한 “김장희님께”, 저자사인 한 시집도 선물하고
시 한 편 낭송해드렸습니다
엄마는 울지 않고 오히려 붓꽃처럼 웃었습니다
변방의 아들이 野生의 엄마를 만나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