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맨발로 걷는 아이, 지이
아픈 엄마가 이틀 주무시고 간 화천 집에
맨 발로 걷는 아이, 지이가 산다
손잡고 아장아장 맨 발로 걷다가 넘어지고 울다가
다시 일어서고 웃다가 계절이 바뀌고 삶이 자랐다
외롭고 쓸쓸했던 아버지도 지이 곁에서 생의 기운을 얻었을 것이다
난 신발을 신겨 줘도 한사코 벗어버리고 맨 발로 걷는 지이가
참 신비롭게 보였다
아장아장
맨발로 걷는 지이는
강원도의 하늘과 땅을 온 몸으로 이어 사귀게 했다
난 하늘과 땅의 기운이 지이 몸에 차오르고
아장아장 서툰 몸짓 하나하나가 춤이 되는 경이를 오래도록 지켜봤다
설랬다
난 땅에 밀착된 저 감각을 내 삶에 들여 결정적으로 달라지고 싶었다
입자와 파동이 하나고
시간의 집과 공간의 집이 하나며
땅과 몸이 하나고
혁명을 앞서서 실행하는 사람들과
多衆이 하나란 걸
땅의 미주신경에 뿌리를 내리는 저 맨발의 감각은 안다
그냥 안다
구지 설명 따위 필요 없다
땅과 사귀어 두 발로 선 곳이 세상의 모든 중심이었다
난 지이, 저 맨발의 감각으로부터
해가 뜨고 달이 차오르며 삶이 자라고
상처가 치유되는 시간이 시작되리란 걸 직감했다
맨발로 걷는 아이, 지이는
땅을 모시고 살며 自然이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수진, 준일씨로부터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