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땅과 사귀다

조성웅 0 911

 

-맨발로 걷는 아이, 지이

 

아픈 엄마가 이틀 주무시고 간 화천 집에

맨 발로 걷는 아이, 지이가 산다

 

손잡고 아장아장 맨 발로 걷다가 넘어지고 울다가

다시 일어서고 웃다가 계절이 바뀌고 삶이 자랐다

외롭고 쓸쓸했던 아버지도 지이 곁에서 생의 기운을 얻었을 것이다

 

난 신발을 신겨 줘도 한사코 벗어버리고 맨 발로 걷는 지이가

참 신비롭게 보였다

 

아장아장

맨발로 걷는 지이는

강원도의 하늘과 땅을 온 몸으로 이어 사귀게 했다

 

난 하늘과 땅의 기운이 지이 몸에 차오르고

아장아장 서툰 몸짓 하나하나가 춤이 되는 경이를 오래도록 지켜봤다


설랬다

난 땅에 밀착된 저 감각을 내 삶에 들여 결정적으로 달라지고 싶었다


입자와 파동이 하나고

시간의 집과 공간의 집이 하나며

땅과 몸이 하나고

혁명을 앞서서 실행하는 사람들과

多衆이 하나란 걸

땅의 미주신경에 뿌리를 내리는 저 맨발의 감각은 안다

그냥 안다

구지 설명 따위 필요 없다

땅과 사귀어 두 발로 선 곳이 세상의 모든 중심이었다

 

난 지이, 저 맨발의 감각으로부터

해가 뜨고 달이 차오르며 삶이 자라고

상처가 치유되는 시간이 시작되리란 걸 직감했다

 

맨발로 걷는 아이, 지이는

땅을 모시고 살며 自然이 근본이라고 생각하는

수진, 준일씨로부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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