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1997년도에 썼던 시들

첫 번째 시집에서 배제되었던 시들 

첫 번째 시집 이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시들

 

20년이 지나 다시 보는 것은 아리고 아팠다 

 

자기 헌신과 희생 위에 세워진 어떤 것도 전망이 되지 못한다

난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의 위험성을 피부로 느꼈지만 그것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시> 언제까지 남이 차려준 밥만 먹을 것인가

 

    

#. 1

당신은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 생각했지

노동해방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신뢰하는 중앙위원회가 있으니까

고민하지 않았지

밑에서 박박 기더라도

세상은 처음으로 아름다웠지

어서 빨리 지침이 내려오기를

어서 풀리지 않은 문제가 풀어지기를

설령 지침이 오류였다 할지라도

별 이견 없이 믿었겠지

차려진 밥상 위의 밥만 열심히 먹으면

노동해방 전사가 되리라 믿었겠지

 

#. 2

헌신성 하나로 한 시대가 마감되고

당신은 피 빛의 술을 마시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사람들 사이에 남은 불신만큼이나

깊고 끈질기지

살아온 만큼 현실은 변해왔지만

투쟁한 만큼 현실은 변하지 않았어

 

#. 3

달변의 이론가들은

처음부터 자기 살 구멍을 마련해 놓았지

자신이 인텔리겐차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

언제든지, 그 어떠한 책임도 없이

자신의 집으로 도망갈 수 있었지

달변의 이론가들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자리

당신은 다시 달변의 이론가들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은 자신의 사상을

문서로 작성 할 능력이 안 되니까

다만 감성 하나로

열정 하나로

다시 밑에서 박박 길 결의를

다지고 있지는 않은가

 

왜 당신이 사상이 되면 안 되는가

왜 당신이 전술노선이 되면 안 되는가

왜 당신이 조직노선이 되면 안 되는가

왜 당신이 당이 되고 정치가 되고

혁명이 되면 안 되는가

언제까지 남이 차려준 밥만 먹을 것인가

19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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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조성웅
自然(스스로 그렇게 하다)
내 삶-운동은 이 힘을 조직하는데 실패했다.
박상화
실패는 없어. 그럼으로서 니 안에서 익어간 게 있었을 테니까. 멀리 돌아 이제 알게된 거지.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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