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아주 평평한 마음

조성웅 4 1,271

 외국계 화학공장에 파견나간 날

정규직 직원 식당에서 눈칫밥 먹다가

오늘은 장생포 횟집에 가 회덮밥을 먹는다

 

설운 비정규직

설운 비정규직끼리

밥 먹는 게

속편하다

 

저 속편한 웃음은 대부분 눈물로 빚어진 것이다 

 

아주 평평해진 마음들은 위계를 갖지 않는다

무엇보다 공감에 최적화 된 빼어난 귀를 가졌다 

떼 지어 일어서는 힘은 다 이곳에서 자란다

2016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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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함께, 하청직원이 원청직원과 함께 밥을 먹으면 눈칫밥이 된다. 내 생사여탈권을 쥔, 또는 나를 못살게 굴 수 있는 힘을 가진 자와 겸상이라니, 그건 누구나 소화가 안되는 일이다. 그래서 장생포 고래잡이로 유명한 그 장생포 횟집에 나가 우리끼리 밥을 먹는다. 그 밥은 소화가 잘된다. 긴장을 해제하고 편한 마음으로 한 식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웃음고 나오고, 그 웃음이 흘러나오는 입은 알게 모르게 눈물이 흘러들어간 그 입이다. 긴장을 해제하고 '우리끼리'있는 자리는 위아래가 없고, 계급이 없다. 다 평평하다.

시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나는 한 걸음 더 나가기를 바란다. 그것은 질문이다.
- 왜 원청, 하청, 정규, 비정규직 사이에 계급이 생겼을까? 그들은 왜 나뉘어지고, 갑과 을이 되었는가?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가?

이에 대해서는 페이스북 최동석교수의 주장들을 참조하는 것도 좋다. 어설피 요약하자면, 우리나라 조직은 상명하복으로 되어 있고, 기안에 의해 의사결정을 상부에서 한다. 그러니 모든 조직원이 일을 하는게 아니라, 인맥,학맥을 찾아 줄만 잘 서면 되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한다. 그러다 보니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인사권자, 소장, 직장, 반장 명칭여하를 막론하고 사람을 고용하고 해고할 권한을 가진 사람은 나의 생사여탈권을 쥔 하느님이 되는 것이다. 이건 조직이 아니다.

진정한 조직은 유기적이어야 한다. 각 조직원이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지금 한국의 조직은 조직원이 임무를 수행하고, 결정은 위에서 하고, 책임은 조직원이 진다. 이 형태는 결정하는 상부가 조직원보다 전문가일때만 가능하다. 결정은 행정직이 하고, 임무수행은 기술자가 한다면, 기술적으로 안되는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은 수십년 전문가인 기술자들을 수습직원으로 만드는 일이나 같다. 그러므로 최상부의 뜻대로 조직은 흘러가지만, 일은 안전하고 견고하게 진행되지 않아 부실공사, 안전사고가 만연하는 것이다.

작업안전에 문제가 있을때 노동조합이 작업중지권을 가진다는 말을 들었다. 진정한 조직은 노조가 이걸 갖고 있는게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이 권리를 가져야 한다. 부실공사의 우려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철근 10개를 넣게 되어있는 작업에 8개만 넣으면 부실공사다. 이걸 결정하는 책임자가 빼먹는 것이다. 그걸 감독하는 사람과 나눠먹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모든 공사현장이 그 모양이다. 그래서 다치면 작업자 부주의고 과실이다. 하청이 견적을 넣을 때 가장 빼먹기 만만한게 안전관리비다. 그러나 서류에는 안전관리비를 다 넣고, 다른 항목에서 빼어 전체 돈을 맞추었다가, 시공시에는 안전관리비를 빼먹고 전체 금액을 맞춘다.

개별작업자가 자신의 안전관리비와 시공비를 보장받아야 한다. 왜 이게 안되는가? 경쟁입찰 때문이다. 발주처의 설계가가 1억인데, 다단계 하청으로 내려가면 실제 시공비는 3000만원이다. 7000만원은 발주처부터 원하청에 이르기까지 중간에서 다 떼어먹고 이게 이익금이 되는 것이다. 시공비+이익금이 보장되어야 시공비에 손을 안댈텐데, 시공비에 이익금을 포함하니 이런일이 생긴다. 이것은 결국 발주처의 설계가 잘못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 모든 이익은 어디서 나오는가? 최하 작업자의 안전과 건조물의 부실에서 나온다. 이들은 하자보수와 돌관공사에서도 이익금을 챙긴다. 여기서 작업자의 안전과 부실을 통해 돈을 뺴먹지 못하는 하청시공업자는 부도가 나게 마련이다. 무능하다고 자책하고 빚에 쫒겨 다니게 된다. 그의 가족은 해체되고, 자살에 이르거나 벌집방에서 굶어 죽는다. 정직의 댓가다. 이게 이 나라의 조직과 경쟁체계다.

이 조직이 개별작업자에게 작업중지권과 부실시공을 감독할 권한을 주면 어떻게 되는가? 개별작업자는 작업의 주체성을 갖고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안전관리비, 부실공사는 없어질 것이다. 무능한 개별작업자는 자기 책임으로 교체될 것이다. 조직의 팀장은 개별작업자가 하는 일에 부족한 점, 딸리는 점을 보조하는 일을 하게 된다. 일의 주체는 작업자가 되고, 팀장은 보조가 된다. 팀장위의 이사나 상무는 팀장업무의 보조가 된다. 꺼꾸로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무능한 작업자는 팀장에 의해 교체된다. 팀장이 인사권을 가진다. 다만 작업자가 실적을 내지 못할 경우에 그렇게 된다. 이는 작업자가 그 업무에 적합하지 못한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억지로 짜내야 하는 과도한 능력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미국에 와서 놀란 것중에 하나가 저런 조직체계의 다름이었다. 주말엔 무조건 공사중지다. 오후 세시나 다섯시면 모든 작업은 중단된다. 이들은 6시에 출근해서 3시에 퇴근하는 게 일반이고, 쉬는 시간 점심시간은 전화도 안받는다. 민원이고 뭐고 없다. 여유있고 건방져서 그런줄 알았더니, 그 실체가 저런 조직형태에 잇었다. 실무담당자의 권한이, 작업자의 권한이 가장 막강한 것이다. 일이 잘 돌아가기 위해 실무담당자들도 눈치를 보긴 한다. 그러나 부당한 작업지시나 작업환경 앞에선 절대적이다. 회사에 얘기해서 안되면 정부에 애기하면 그 회사가 그냥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부당행위에 대한 회사의 벌금이 천문학적 숫자임), 회사가 작업자를 억누르지 못한다.

다시 돌아가서 얘기해보면, 이렇게 조직 체계만 바뀌어도 갑을 문화가 없어질 것이다. 정직의 댓가가 자살이 아니라 보람일 것이다. 모든 쳬게를 수입하면서 이 체계는 왜 수입을 안하는가? 아직은 상명하복, 갑을문화 속에서 더 많은 이익이 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은 왜 바뀌었는가? 그 체계로 가도 충분히 이익을 뺄수 있는 신식민지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즉, 자기나라는 안전하게 하고, 남의 나라에서 이익을 취하는 반면, 한국의 기업들은 아직 그렇게 못하니까 자국에서 빨아먹는 것이다. 그 부대효과가 갑을문화다.

이 내용을 다 시로 쓸 수는 없다. 다만, 우리끼리 평평한 그 자리에서 조직의 맨 바닥에 선 우리끼리, 가장 결정권이 없는 우리끼리, 무엇을 할 것인가? 그런 고민의 결이 시를 통해 이빨을 드러내기를 나는 희망하는 것이다. 조금 더 전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도하는, 계몽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바닥의 설움과 해법이 버무려져야만 한다. 바닥의 설움이 없는 해법은 강요가 되고, 해법이 없는 바닥의 설움은 싱거움이 된다. 그게 늘 고민되어져야 한다.

어디로 가잘 것인가? 그것은 현장에 있는 눈만이 볼 수 있다. 바닥의 설움과 해법이 버무려져야 하기 때문이다. 시가 설움에게 길이나 틈이나 방법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시가 주의를 몰라야 한다고 믿는다. 시가 주의를 들이대면 너무 막연해 진다. 눈 앞에 한가지를 바꾸자고 하는 게 더 좋다. 사실은 그게 주의를 가진 시인이 할 일이기도 할 것이다.

이 시는 바닥의 설움을 증거하는 시로서 훌륭하다. 이런 시를 쌓아 해법까지 밀고 나갈 여정이 보인다. 더 많이 써라.
조성웅
너의 아주 긴 내용을 두 문장에 압축했다.
"공감에 최적화 된 빼어난 귀", "떼 지어 일어서는 힘의 자람"
김영철
시 좋타
뒷 맛이 깔끔 하네
김영철
저 속편한 웃음은 대부분 눈물로 빚어진것이다

조금 사족이 있는듯 하여 고쳐보았네
속편한  대부분은 시인의 감성인듯 하다

저 편한 웃음은 눈물속에 빚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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